9월이면 집행부에서 본격적으로 예산을 수립한다. 그 전에 경기도 31개 시ㆍ군 도의원의 공약을 파악해서 정책의 공통분모와 우선순위 등을 정해 집행부와 상의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도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는 정책은 시ㆍ군과 논의해야 하고, 도로와 교통 등 사회 인프라 구축의 장기 정책은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해도 절대 빠르지 않다.
공약관리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지난 6ㆍ13지방선거 때부터이다. 선거 결과, 경기도의회는 142명 의원 중 135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집행부도 16년 만에 정권교체로 더불어민주당이 됐다. 그에 비해 나머지 소수정당은 교섭단체조차 꾸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결과를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말 잘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거대 여당 구조에서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필요했다. 의회와 집행부가 같은 당이라는 현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경기도의회 3선 도의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했고, ‘의회다운 의회’를 만들기 위해 의장 출마를 결심했다. 선거 다음날부터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선거 공보물을 모았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하나하나 살펴봤다. 공보물 안에는 도의원이 지역에서 주민들과 한 약속, 도의원의 삶의 여정과 주민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담겨있었다. 31개 시ㆍ군에서 의원들이 약속한 공약들은 바로 경기도의회가 나아갈 길이기도 했다.
저는 의원들이 있는 현장으로 찾아가서 공약을 포함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지역의 공약이 하나씩 실현되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도 담보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번 제10대 경기도의회는 초선의원이 108명으로 76%에 이른다. 제가 초선의원일 때를 돌아보면 아무리 좋은 정책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현까지의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정책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만드는 과정이며,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도 막막하기만 했다. 공약관리 조직을 만들면 이런 어려움도 해결하고 지원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그래서 경기도의회 의장에 출마하는 날, 의원들 공약이 담긴 공보물을 노란 보자기에 담아 갔다. 출마 연설 때 단상 위에 올려놓고 이런 얘기를 했다. 한글지킴이 주시경 선생님이 일제강점기 때 손수 만든 한글책을 보따리에 싸가지고 다녀서 ‘주보따리’라는 별명을 얻었듯이, 의원들의 공약을 지키는 ‘송보따리’가 되겠다고 말이다.
공약은 지방자치 현장의 가장 작은 단위인 마을에서 주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담겨 있다.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켜져야 도민이 믿고 의지하며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한 생활 속의 작은 변화가 도민에게 행복이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공약을 지키는 일은 ‘공존’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경기도의회는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집행부와 협치를 넘어 공존의 지혜로 함께하겠다. 공존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주민과의 신성한 약속인 공약(公約)을 더욱 철저하게 지키겠다. 경기도에서 의회와 집행부가 경기도민의 뜻이 담긴 공약으로 공존하고, 대한민국에서 중앙과 지방이 분권으로 공존하며,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평화로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의회가 앞장서겠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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