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수원군공항 문제를 공론화로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때로는 수원군공항 공론화는 요원해 보이기도 한다. 공론화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군공항 이전이라는 결과를 관철시키는데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수원군공항 문제로 갈등상황이 이미 벌어졌으니 국방부가 나서서 갈등관리를 하면 된다고 말한다. 갈등관리와 공론화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갈등관리와 공론화는 비슷해보이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갈등관리는 이미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다. 그에 비해 공론화는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충돌이 충분히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프로세스다.
일반적인 공론화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 사안과 관련된 이해 관계인 일반 전체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하고 숙의 과정으로 도입할 것인가에 있다. 그에 비해 군사시설 문제를 민간 공론화로 해결한 사례나 접근법은 상당히 특수하기 때문에 공론화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군공항과 같은 군사시설 문제 공론화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일반적인 공론화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반해 군공항 같은 중요 군사시설 문제는 특성상 기밀이 많고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투명성과 개방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군공항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할 것도 많지만 그보다 앞서 해결해야 하는 제1의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수원군공항 이전 계획 철회다. 수원시가 진행해 온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백지상태로 돌아가야만 ‘사전 의견 조율’로 시작하는 진짜 공론화 프로세스의 출발점이 정해진다.
수원군공항 공론화의 출발점이 정해지면 공론화 조직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서로가 원하는 공론화의 기본 원칙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도 감안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공론화가 가장 어려운 수원군공항 내 미군시설 문제도 해결해야만 한다.
군공항 공론화는 일반적인 공론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만 한다. 하지만 수원군공항 문제가 공론화로 해결된다면 수원시와 화성시는 누구도 도전하지 못한 공론화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군사시설 문제를 시민사회 공론화로 해결한 첫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수원군공항 문제의 갈등유발자인 수원시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마치 국방부가 나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국방부의 갈등관리 메뉴얼을 공론화 프로세스로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언제든 갈등은 증폭될 수 있다.
화성시와 수원시는 진짜 공론화와 가짜 공론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화옹지구 이전을 전제로 갈등만 부추기는 가짜 공론화는 무의미하다. 이제 진짜 공론화로 가는 길은 수원시의 선택에 달려있다.
박민철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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