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산에 올라 나무, 꽃, 그리고 잔디와 놀던 재미는 마음의 고향이자 놀이터였다. 산은 우리에게 자연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회상시키고 평화로움과 안식을 얻게 해주는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노르웨이 3대 트레킹(쉐락볼튼, 프레이케스톨렌, 트로통가)이 있었고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경험할 수 있었다.
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산은 올라가 봐야 정상의 묘미와 성취감,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내려와서는 내가 올랐던 산의 위대함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르樂(락)! 내리樂(락)! 우리의 삶도 산처럼 어떻게 올라갈 때 즐겁고 내려올 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터지는 심장박동에 감사하라. 죽으면 심장이 뛰지 않는다. 산행 후 느끼는 거친 호흡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신의 선물이다.
하루 평균 10만 번, 80세까지 산다면 우리의 심장은 30억 번 이상을 뛴다. ‘산의 정기’를 마셔야 생의 싱싱한 심장의 건강함을 채울 수 있다. 사람의 발이 땅을 밟지 못했을 때 심신에 질병이 생긴다. 산행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없다. 위대한 인도의 철학은 히말라야 산속의 걸음 속에서, 동양의 아름다운 시는 산속의 고향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둘째, 진정으로 웃으려면 고통을 참아야 하며 나아가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이 심할수록 많은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반한다. 쉐락볼튼을 트레킹 할 때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 현상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리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셋째, 대적하지 말고 그대로 느끼고 순응하라. 노르웨이 트레커들이 비박(등반할 때 텐트를 치지 않고 만든 일시적인 야영지)을 하러 장비를 챙긴 것을 보면 생각보다 짐이 많지 않다. 간단한 침낭과 매트리스가 전부다. 춥지 않게 자겠다고 많은 짐을 챙겨 준비하는 우리와는 뭔가 다른 비밀이 있다.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추위를 느끼고 즐기려 한다. 맞서지 않고 함께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그대로 자연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넷째, 자신의 한계와 분수를 알아야 한다. 산은 자모(慈母)인 동시에 엄부(嚴父)라 한다. 자신의 체력이나 분수를 모르고 능력과 준비 없이 산에 올라갔다가는 큰 위험을 당한다. 즐거움과 행복도 사실은 한계와 분수를 알아야 한다. ‘산의 벗’은 겸손한 자만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정복하는 순간 승리의 쾌감을 느껴 보아라.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의 특징은 ‘장엄미’이다. 10시간 이상을 트레킹 한 후 ‘트로 통가’의 품에 안겨 멀리 바라다 보이는 광활한 전망과 조망의 놀라운 풍경은 나를 압도하고 다시 이를 정복한 승리의 쾌감은 말할 수 없는 황홀감과 기쁨의 영원한 추억이다.
오르樂! 내리樂!의 즐거움을 위해 비싼 휴양지의 편안함 보다 자연속의 불편함에 나 자신의 힘을 키우고 즐겨보면 어떨까? 로버트 엘리어트는 “피할 수 없으면 당당히 즐겨라!”라고 말하였다. 어차피 가는 인생이라면, 일이라면 ‘樂’의 즐거움을 위해 당당하게 맞서고 즐기는 것이 정답이다. 미래의 세계와 삶에 대한 두려움을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그리고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통해 나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그 행복감으로 오늘도 오르樂과 내리樂을 실천하기를….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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