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크로아티아, 월드컵 선전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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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막을 내린 2018 월드컵 대회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화제가 된 팀은 크로아티아 팀이었다. 루카 모드리치를 주장으로 한 크로아티아 팀은 16강전에서 덴마크를, 8강전에서 러시아를 각각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4강전에서도 연장전 끝에 강호 영국 팀의 월드컵 꿈을 접게 했다.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분패했지만, 월드컵 전 게임을 통해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보여준 드라마틱한 역전, 공격적 스타일의 경기는 전 세계 축구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아울러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 크게 높아졌다.

 

필자가 근무했던 인연 덕분에, 크로아티아 친구들은 그들의 기쁨을 SNS로 자주 전해왔다. 국내 지인들도 크로아티아팀이 승리할 때마다 내게 축하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하고, 인구 400여만 밖에 안 되는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며 놀라워하곤 했다. 사실 인구는 적지만, 크로아티아인들의 기질이나 스포츠계의 저변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우선 오랜 역사를 통해 강대국들의 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민족기질이 된 열정과 용기와 강인한 인내력이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크로아티아 축구계는 저변이 넓어서 우수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왔다. 크로아티아의 축구리그 시즌은 매년 8월부터 다음해 6월 사이에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진행되는데, 1부는 10개 클럽(우리나라 구단에 해당), 2부는 14개 클럽으로 구성된다. 전국적인 1ㆍ2부 리그전 외 4개 권역별로 지역 리그전이 각각 진행되며, 각 지역 리그에는 10개 클럽이 소속된다.

이렇게 지역 및 전국 리그를 통해 기량이 돋보이는 선수들은 유럽의 유명 프로구단으로 진출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팀의 멤버 23명 중 대부분이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의 유명 프로구단에서 활약하고 있고, 크로아티아 국내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는 단지 3명뿐이다. 크로아티아 축구의 강점은 이미 우리나라 축구인들에게도 알려져, 크로아티아에서 축구 유학을 하는 선수지망생, 전국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있고, 한 때는 우리 축구인이 2부 리그에 참가하는 클럽을 인수해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크로아티아 축구팀의 선전(善戰) 외에도 전 세계의 시선을 크게 끈 것은 콜린다 키타로비치 대통령이었다. 유럽의 미인 정치인이라고 알려진 키타로비치 대통령이 경기 현장에서 우호적이고 열정적인 제스처로 크로아티아 팀의 승리를 축하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전 세계로 방영되면서 크로아티아에 대한 이미지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숟가락 하나 놓는 셈으로 덧붙이자면,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외교장관 시절 우리나라도 방문했고, 2년 전 태권도 명예 9단을 받은 정치인이다.

 

크로아티아는 아름다운 자연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으로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해 크로아티아에 대한 좋은 이미지들이 강도 높게 널리 알려지면서, 크로아티아는 이러한 월드컵 효과가 오랫동안 침체되어온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적 자신감 회복과 단합을 통한 국가분위기 쇄신 그리고 관광객 방문증대가 그 기대의 중심일 것이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 대사·순천청암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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