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댄디 청년들은 40~50대 샤이(shy) 보수와 달리, 당당히 보수의 가치인 “자유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주창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기존 보수와는 결별을 선언한다. 기존 보수의 낡음과 극단적 우편향을 거부한다.
막말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싫어하고, 분명한 정책으로 대결하기를 희망한다. 대통령이 탄핵당해도 ‘내 탓이오’라는 사람 하나 없는 뻔뻔함을 혐오한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계파의 이익만 챙기는 행태에 분노한다. 선거 때만 반짝 청년들을 영입했다가 선거 후엔 곧바로 팽(烹)하는 진정성 없음도 싫어한다.
한마디로 깃발 들 인물도 없고, 나라 살릴 정책도 없고, 결과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3불 정당에 도저히 마음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댄디 청년들은 집권여당의 진정성 없음도 혐오한다. 깜짝 호프미팅에서 만난 청년이 하필이면 대선 때 찍은 홍보영상에 출연한 당원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쇼통에 비웃음 친다. 월 200만 원짜리 옥탑방 체험을 한다면서 비서관을 시켜 샌드위치를 배달시키고, 시청 직원들에게 주말 아침 식사용 죽을 사 오게 하는 진정성 없음에 분노한다.
댄디 청년들은 또 집권여당의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을 질타한다. 북한은 하나도 한 것이 없는데, 우리만 서둘러서 양보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묻는다. 기업과 시장이 일자리의 주체인데, 이들을 압박하여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고 묻는다.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올려야 할 최저임금을, 급격히 그리고 떠들썩하게 올려서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옳으냐고도 묻는다.
듣보잡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우리나라만 세계경제 호황기를 놓치는 어리석음에 답답해한다. 영화 한 편 보고난 뒤 탈원전을 결정하고 무더위가 닥쳐오자 허둥지둥 재가동하는 오락가락 정부를 못 미더워한다. 특히 모든 걸 국가가 나서서 세금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국가주의적 포퓰리즘은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댄디 청년들은 묻는다. 왜 우리나라에는 프랑스의 마크롱이나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같은 젊은 리더가 나올 수 없느냐고. ‘내일을 위한 오늘’, ‘트루스 얼라이언스’, ‘자유의 새벽’ 등 여러 단체가 청년들의 뜻을 모으고, 세미나를 열고, 열띤 토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 청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직접 개척하고자 폭염을 뚫고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댄디 청년들은, 지금은 진보를 지지하는 청년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진정성 없는 쇼통과 정치공학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들 또한 동참할 거라고 본다.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생각에는 좌우 구분 없이 모두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의 ‘정권교체론’과 안희정의 ‘세대교체론’, 그리고 반기문의 ‘정치교체론’이 격돌했다. 국민은 ‘정권교체론’을 선택했지만, 이 땅의 정치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음을 확인한 청년들이, 이번에는 ‘세대교체로 정치교체’를 기치로 내세워 혁신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박수영 아주대 교수ㆍ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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