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30년의 세월이 지난 올해 대한민국, 그중 경기도에는 또 다른 정치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16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도의회에서는 여당만이 유일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했으며, 31개 시ㆍ군 단체장 중 29곳이 같은 당 소속이다. 특히 지난해 ‘촛불혁명’의 여파가 이어지며 시민들의 정치 참여도 고조되고 있다. 경기지역에 독자적인 정치세력의 독주가 아닌 민ㆍ관ㆍ정의 ‘협치’ 바람이 매섭게 부는 이유다.
이에 본보는 ‘협치의 시대’ 속 정치과제들을 짚어보며 향후 30년 경기도정을 내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 집행부·도의회, 일상적으로 의견 나누는 ‘실질적 협치’
선 가장 주목되는 관계는 집행부와 도의회 간 협치다. 16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년간 도비만 1조6천600억 원을 투입하며 ‘새로운 경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제10대 경기도의회에서 전체 142석 중 135석을 차지, 유일무이하게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있다. 비록 같은 여당이지만, 의원으로서 그들이 협력자로 나설지 혹은 막강한 견제 역할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이 지사는 민선 7기 성공을 위해 도의회에 ‘실질적 협치’라는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다. 도의회와 ‘선(先) 협치ㆍ후 (後) 결정’이라는 기존 소통 원칙을 구축, 일상적으로 의사를 나누며 도정 개혁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당정 협의 수준을 넘어 도의회 집행부와 도 집행부 핵심간부가 참여하는 협치 상설기구 구성이 진행 중이다.
이에 발맞춰 도의회도 집행부와의 협치를 위한 소통창구로 개방형 정무실장직 신설을 제안했다. 정무실장이 신설되면 도의회 민주당 수석부대표 등 대표단 일원이 카운터파트가 돼 협치기구의 양 축을 이룰 전망이다.
다만 도의회와의 관계 유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에 선출된 신임 의장단은 ‘거대 여당이지만 야당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협치 1호 과제로 꼽혀온 ‘학교실내체육관 사업비 집행’이 공식화되며 큰 산은 넘은 듯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송한준 도의회 의장은 ‘공존’이라는 다른 화두를 제시하며 집행부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그는 “연정과 협치를 뛰어넘어 공존의 시대로 가자. 의회도 집행부를 존중하고 집행부도 의회를 존중하면서 공존의 길로 가야만 도민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31개 시ㆍ군, 공동으로 정책 마련 ‘정책협력시스템’
와 31개 시ㆍ군 간 협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와 31개 시ㆍ군이 운명 공동체처럼 엮여 있기 때문에 이들 간 협치도 중요한 흐름이다. 이 지사는 도정 개혁을 위해 북부 통일경제특구 설치, 동부 상수원 규제 개혁, 서ㆍ남부 혁신기지 조성 등 지역별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기초단체장의 경우도 변화의 바람 속 취임한 민주당 소속 29곳과 변함없는 신뢰 속 당선된 자유한국당 소속 2곳의 단체장이 각각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도와 협력 관계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도는 지난달 24일 민선 7기 첫 시장ㆍ군수 간담회를 개최하며 31개 시ㆍ군 단체장들과 ‘협치결의문’을 채택했다. 단체장들은 (가칭)정책협력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협치결의문에 합의했다. 정책협력위원회는 정책의 수립ㆍ집행에 대한 도와 시ㆍ군 간 상호 협의, 갈등 해결방안 모색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아울러 이 지사는 31곳 단체장과 통합 SNS 대화망도 조직, 수평적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와 함께 도의 협치 기조에 발맞춰 각 지자체도 각자의 시민참여 과제를 추진, 1천300만 도민을 아우르는 진정한 협치가 구축되고 있다. 경기지역 31개 전체 시ㆍ군은 협치를 위한 시민참여 과제를 시행 또는 검토 중이다.
■ 민ㆍ관, 직접민주주의 실현
지사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 정권 교체라는 과제를 이룬 ‘촛불 혁명’ 속에서 성장했다. 이에 그는 도의회, 시ㆍ군, 도교육청, 도당, 국회의원 등 수많은 협치의 대상 중 도민을 가장 최우선 협치 대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호(號)와 1천300만 도민 간 협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이 지사는 온라인을 통해 도민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시스템이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다. 웹사이트는 분야 및 지역별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경기광장’, 인사 비리ㆍ인허가 및 사업 관련 비리ㆍ예산 남용 및 횡령 등을 제보하는 ‘도정핫라인’ 등으로 구성됐다.
실제 도정 속에서 도민의 참여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와 관련, ‘(가칭)민ㆍ관ㆍ정 협치위원회’ 상설화가 곧 도민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도 옴부즈만 확대 실시,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강화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견제 역할도 도민에게 맡긴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도 산하기관의 신설ㆍ기능 강화도 민ㆍ관 정치참여 방안 중 핵심이다.
이 지사는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경기교통공사’ 신설, 도시재생사업과 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시공사의 기능 대폭 강화 등을 도정 목표로 내세웠다. 또 도내 연구역량의 적극 활용을 위해 경기연구원의 역할 중시와 광역체납기동반, 특별사법경찰 등 도민의 삶과 직결된 조직 강화도 약속했다.
■ 향후 30년 경기도정 운명 좌우할 ‘앞으로 4년’
지사는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협치란) 시기적으로 당연한 선택이며 민ㆍ관ㆍ정이 형식을 넘어 한 식구처럼 모든 것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의회와 집행부는 하나의 식구처럼 정책논의, 의사결정 등 단계를 함께 밟아가야 한다.
또 도는 시ㆍ군이 특수성을 품고 협력하며 경쟁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맡겠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권자의 의지가 일상적으로 관철되는 직접민주주의다. 시민사회, 집행부, 의회, 시ㆍ군이 모두 참여하는 실질적 논의기구를 통해 협치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백의 약속과 의회, 시ㆍ군, 도민의 협치 참여 및 관심에 향후 30년 경기도정의 운명이 갈린다. 변혁의 시기에 시도된 정치 실험이 6월 민주항쟁에 버금가는 혁명이 될지는 앞으로 4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김규태ㆍ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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