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인구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숨 고르기를 하는 양상이다. 2015년 세계 평균 출산율이 2.42니까 세계 인구는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승 추세를 주도하는 곳은 인도와 아프리카이며, 미국과 프랑스 등은 그래도 현상 유지는 하는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출산율과 더불어 신생아 수는 인구절벽의 위험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한 해 신생아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그런데 한 세대만인 2002년에는 49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고 몇 년 안에는 25만 명으로 또다시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두세대 전만 해도 삼각형이었던 인구 구조가 점점 밑이 좁은 항아리형으로 바뀌다가 궁극적으로는 역삼각형으로 변모될 것이다.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면 어느 외국학자의 예견처럼 몇 백 년 후에는 한반도에서 한국인이 소멸될 수도 있다.
한국 사회가 역사상 유례없는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압축적인 경제 성장의 단맛을 맛보다가 선진국 진입의 문 앞에서 갑자기 밀어닥친 IMF와 세계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저성장의 심연에 갇힌 후유증 때문이다. 인구절벽은 고도성장이라는 기회의 문이 크게 열렸다가 갑자기 좁아진 후,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가 겪는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이 사회병리적 현상에는 고용 불안정과 전통적 가정의 해체, 가치관의 변화, 자녀양육과 교육비용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개인에게 출산은 의무도 아니며 당연한 일도 아니다. 더욱이 자기 삶 자체가 고달픈 젊은 개인으로서는 인구 절벽으로 국가가 사라진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이 점에서 기성세대의 국가적 관점에서 입안된 정책과 개인적 차원에서 젊은이의 출산에 대한 생각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인구절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다양한 처방책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무너진 중산층 혹은 저소득층 젊은이의 삶에 대한 부정적 비전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입체적인 사고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앞둔 세대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갖게 되면 이들은 애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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