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 처형당한 ‘아픔의 땅’
年 20만명 발길… 힐링공간 자리매김
조선시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아픔의 땅 화성 ‘남양성모성지’가 세계적인 건축물과 꽃밭, 정원 등이 어우러진 희망과 평화의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기적에 가까운 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은 이상각 신부(61ㆍ사진)다.
지난 1989년 남양성당 신부로 부임하며 남양성모성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부임 직후 농촌 시골마을의 작은 순교성지를 천주교인은 물론 일반인도 안식을 얻을 수 있는 평화의 성지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순교자들의 아픔이 배어 있는 이곳이 대한민국 평화와 통일을 기도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공산국가들의 붕괴가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희생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공산국가인 북한의 변화와 회개를 기도하기 위해 평화 성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듬해인 1990년부터 조경사업과 지하수 공사, 광장 확장 등을 통해 본격적인 성지 개발을 시작했다. 자본이 없었지만 해마다 조금씩 가꾸고 만들며 부지를 넓혀나갔다. 이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토지법에 부딪혀 수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는 성지를 찾는 이들에게 외가에 온 것처럼 편한 느낌을 심어주고 싶었다. 현대인에게 여유를 선물하기 위해 길을 만들고, 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조경을 꾸몄다.
그가 30여 년을 노력한 끝에 ‘남양성모성지’는 이제 신자들이 기도하고 속죄하는 공간이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마음을 치유하는 모두의 화원으로 거듭났다. 화성 8경 중 하나로 매년 2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명소로 부상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문화 성지이자 지역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 2011년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특별한 성당을 기획했다. 성당 신축 소식에 신자들의 모금이 이어졌고, 지난해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착공됐다. 또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 피터 줌터의 경당 설계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신부는 “대성당 내부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로 꾸며 건물 자체가 미술관이자 박물관이 될 것”이라며 “편의시설을 늘리고 문화적 시설을 갖추는 등 단순한 종교시설을 벗어나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화성=박수철ㆍ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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