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이나 먹던 이 귀한 쌀이 요즘 사람들에게 홀대받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 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일인당 쌀 소비량은 61.8㎏로 10년 전 75.8㎏(2008년) 대비 1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가 가장 많았던 1970년 136.4㎏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로, 밥 한 공기를 200g으로 환산하더라도 한 사람이 하루에 쌀 한 공기밖에 안 먹는 셈이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매년 고질적으로 남아도는 쌀 재고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고자 올해 초 정부와 농협이 발 벗고 나섰다. 논에 벼 대신 콩, 조사료 등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도함으로써 쌀 생산량 자체를 줄이고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논 타작물 재배(쌀 생산조정제) 지원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쌀 가격 지속 상승에 대한 기대와 밭작물에 대한 영농여건도 좋지 못해 실적이 저조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기계 및 기반시설 지원, 보조금 확대 등 각종 지원정책을 펼쳐 가까스로 당초 타작물 전환 목표의 22.9%인 1천189㏊(전국 기준 65.3%, 3만 2천655㏊)를 달성했지만, 타지역보다 높은 쌀 인지도와 부재지주가 많은 특성으로 인해 타작물 전환이 쉽지 않아 아직까지 쌀 소비량 감소 추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자 경기농협과 경기도,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분당선 지하철 수원역사와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아침밥 먹기 운동 확대 및 경기미 소비촉진을 위한 전광판 광고를 실시하고, 수원맘카페와 고향주부모임 경기도지회 등 지역의 소비자 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경기미 소비촉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느덧 청명한 가을 수확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부터인가 파란 하늘 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면, 수확의 기쁨과 더불어 쌀값 하락으로 농업인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오는 8월18일은 ‘쌀의 날’이다. 쌀미(米)자를 한자의 획을 풀어 나열하면 八十八(8.18)이 되고 쌀 한 톨을 생산하려면 여든여덟(八十八)번 농업인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데서 착안해, 2015년 처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쌀의 날로 지정한 것이 벌써 올해로 네 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됐다. 다가오는 본격적인 햅쌀 출하시기를 맞아 농업인들이 정성 들여 수확한 경기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선물함으로써 따뜻한 밥 한 끼의 정을 나누고, 매일매일 아침밥을 챙겨 먹는 건강한 식습관이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남창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