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문제가 불거지고 지난해까지 외교고립으로 국제외교무대에서 이른바 ‘왕따’를 당하던 북한은 ARF(아세안지역안보회의)에서 활력 있는 외교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덧붙여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1년 내에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을 “체제를 수호하는 보검(寶劍)”이라고 말하며 고난의 행군시기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핵개발에 매진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대대적인 대외 경제개방정책을 추진하는 정도의 정책전환이 없는 한 핵포기의 진의(眞意)에 대한 의심은 합리적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도 선군정치에서 선군경제로 그 표방하는 정책기조를 바꾸었을 뿐 경제적 개혁 개방과 같은 큰 틀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벌이는 핵 협상의 태도를 보면 북한은 종전과 같은 외교적 전략전술과 패턴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보수정권들에 비해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차별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는 현 정부에게 대북 및 외교정책에 대한 보다 세련된 접근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대목이다. 즉 대북정책의 가시적인 성과의 유혹에 이끌려 남북관계를 서두르거나 감상적으로만 접근한다면 북한의 전략전술에 말려들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하여 금번 북한산 석탄의 국내반입사건의 근인(近因)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과 전문성의 강화는 매우 긴요하다. 현재 북한은 대중 및 대남관계를 통해 대북제재의 이완을 노리면서 국제 경제제재를 회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는 국내 문제이면서 국제 문제로, 관련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 이에 대한 적절한 외교적 대응이야말로 고등방정식을 푸는 다차원적 접근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대북 경제제재의 이완을 노리고 대미 핵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그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런 북한의 의도를 예의 분석 평가하여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강온 양면전략의 구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이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유엔제재 위반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어야함은 물론 유엔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북제재의 틀과 정도가 이완(弛緩)되거나 약화(弱化)되지 않도록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의 유기적인 협조아래 이번 만큼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CVID)” 핵폐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과의 밀반입 거래는 우리나라에 큰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주지하고, 북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로서 유엔결의를 앞장서 준수해 나가야 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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