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신뢰를 먹고사는 브랜드 가치

이연희
▲ 이연희
연일 자동차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이다.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인 비엠더블유(BMW)의 화재 이야기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총 71대에서 화재가 났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열 건의 화재가 난 것이다. 사람들이 이제는 길거리에서 이 브랜드의 차종을 만나면 멀리하고, 가능하면 이 차종 옆에 주차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년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제차 1~2위에 오른 브랜드였는데 앞으로도 그럴지 미지수다.

BMW는 1916년 독일 뮌헨에서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오늘날의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기업이다. 영국의 브랜드 평가 전문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는 2018년 BMW의 브랜드 가치를 약 418억 달러(약 47조 원)로 매기고, 메르세데스-벤츠와 도요타에 이은 자동차 브랜드 순위 3위라고 발표한 바 있다. BMW의 브랜드 가치는 2012년(약 200억 달러)에 비하면 지난 6년간 두 배 이상 상승했는데,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진보적 기술력과 친환경적 이미지, 그리고 외향의 디자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랫동안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나 독일의 국민차로 잘 알려진 폴크스바겐에 비해 제품 포지셔닝이 어중간한 BMW가 끊임없이 첨단기술을 접목시키고 고객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한 결과일 것이다.

브랜드란 어떤 제품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말한다. 브랜드는 제품의 상표, 디자인, 가격, 품질, 소비자서비스(AS) 등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어떤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성향까지 가늠할 수 있다. 브랜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신뢰와 만족도로 자리 매김 되고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시키는 절대적 요소가 된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소비자의 믿음으로 이어져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조금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은 브랜드를 통해 쌓아 온 제품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정보의 비대칭이 큰 상품일수록 브랜드가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 가공식품의 안전성, 기능성 화장품, 진단이나 치료와 같은 의료서비스, 복잡한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와 같은 제품들에 대해서 일반소비자들은 제조사가 말하는 제품의 품질과 기능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2018년 1월 중순보다 8월 중순의 BMW의 주가는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의 자동차 화재도 이러한 주가변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동차 화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품의 특성상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BMW가 현재 자동차 화재원인으로 지적되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문제점을 이미 작년 3월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더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BMW는 자동차의 결함을 발견한 즉시 국내외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해당 제품은 물론 잠재적 위험이 있는 제품까지 안전점검 및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상했었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당장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기업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겠지만, 궁극적으로 국내외 소비자는 무한한 신뢰를 보냈을 것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경쟁상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뺏으려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BMW가 이 위기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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