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직접 강타할 태풍 ‘솔릭’이 상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4개 항구가 몰린 화성 서신면 인근에 피항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 수백 척의 선박이 태풍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화성시와 안산시에 따르면 화성 서신면 인근에는 궁평항, 제부항, 전곡항, 탄도항 등 총 4개의 항구가 위치해 있다. 안산시 소재의 탄도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항은 화성시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4개의 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은 580여 척에 달한다.
하지만 이 선박들이 태풍 등의 자연재해 발생 시 피난할 수 있는 피항시설은 단 1곳(전곡항ㆍ200척 수용 가능)에만 마련돼 있어, 6년 만에 한반도에 직접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19호 태풍 ‘솔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처 피항시설로 선박을 옮기지 못한 선주들은 선박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자비를 들이면서까지 크레인 차량을 불러 선박을 육지로 이동시키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찾은 궁평항에서도 크레인 차량이 선박을 육지로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민 A씨(65)는 “크레인 차량의 크기에 따라 한 대 빌리는데 50만~280만 원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태풍은 다가오는데 안전하게 선박을 정박해놓을 장소가 없어 내 돈 들여 육지로 옮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안산에 위치한 탄도항의 어민들 역시 태풍을 대비해 선박들을 정박시켜놓을 피항시설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탄도항의 선주들은 궁평항과 마찬가지로 크레인 차량을 이용해 육지로 선박을 옮기거나, 크레인 차량 임대비용이 부담스러운 선주는 밀물 때 선박을 최대한 육지 쪽으로 옮겨 갯벌에 정박시키는 등의 임시조치를 취했다.
화성시는 태풍 대비 어촌계 지원예산으로 1천만 원을 편성했으나 피항시설에 정박하지 못하는 선박들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안산시의 경우 태풍 대비 예산마저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재난 피해 복구에 사용하고자 지자체에서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피해가 예상된다고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슷한 피해사례가 있었다면 그 사례를 근거로 해 피해를 입기 전 예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피항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 태풍이 오기 전까지 현장을 방문해 선주들에게 안전대책을 전파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철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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