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서 진료하면 본인부담금만 낸다. 나머지는 국가가 건강보험재정에서 병원에 지급한다.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다는 것은 의료가 가진 공공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과거 병원이 숫자가 적어 아플 때 지역에서 병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국가에서 국ㆍ공립 병원을 지어야 했고 이 병원들을 통해 의료취약지에서 살고 있는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역사가 있다 보니 은연중에 공공의료는 국/공립병원, 민간의료는 영리목적의 기관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선진국에서도 공공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해 많은 국/공립 병원을 지었고 이를 통해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 제공에는 양적인 한계와 질적인 한계가 발생했다. 계속 국/공립 병원을 만들기에는 예산의 한계도 있었고 매년 적자를 보전해주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국민들의 높아진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예산상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에 이미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는 민간의료자원을 활용하는 쪽으로 적극적 변화를 하고 있다.
매우 가난한 노인분이 아플 때 민간병원을 방문하면 민간병원은 좋은 시설과 의료진으로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때 국가는 건강보험재정에 국가 복지예산을 더해서 이분들에 대한 예산을 지원한다. 또한 민간병원이 국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서비스에 동참하면 국가는 이들 병원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
권역별 외상센터 건립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이 그 예이다. 공공의료서비스에 민간의료가 참여한 대표적인 예로 전국을 강타했던 ‘메르스 사태’를 들 수 있다. 이때 민간병원들이 메르스 확산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병동 전체를 비워 메르스 의심환자를 입원시켰고 이 과정에서 병원의 손실도 감당했다.
또 다른 예로 국가예방 필수접종사업이 있다. 과거 영유아의 예방주사 접종률을 올리고자 국가가 별도의 예산을 도입했지만 별로 소득이 없었다. 보건소에서만 맞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쿠폰으로 제공하면서 집 근처 민간의료기관에서도 맞을 수 있도록 하자 접종률이 급증했고 60% 정도에서 98% 까 향상되었다.
이런 시스템을 전문용어로는 공공-민간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이라고 한다. 민간의료기관이 90% 정도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공공의료서비스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민간의료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바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은 거점병원으로 지정하여 지원하고 이들을 통해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국가 예산 투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고 민간의료의 활성화도 이룰 수 있다. 민간의료가 더 활성화되면 인력고용률이 매우 높은 의료의 특성상 고용창출과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가 가능하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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