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료원 수술실에 CCTV 설치… 의료계 “탁상공론” 반발

道, 환자 인권침해ㆍ의료사고 예방 내달부터 안성병원서 시범 운영
도내 모든 병원 전면 확대 전망 의료계 “의료인 프라이버시 침해”

▲ 통제실 CCTV 녹화장치(안성병원)
▲ 통제실 CCTV 녹화장치(안성병원)

경기도가 환자 인권침해ㆍ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 최초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ㆍ운영한다. 도의료원 중심의 시범 운영 후 전반적인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반박, 논란을 빚고 있다.

 

17일 도에 따르면 도는 10월 1일부터 연말까지 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 촬영을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수원ㆍ의정부ㆍ파주ㆍ이천ㆍ안성ㆍ포천)으로 전면 확대한다. CCTV는 환자가 동의할 때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며, 정보보호 관리책임자를 선임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할 방침이다. 수술 부위에 적나라한 노출을 막고자 화면 각도는 제한되며, 녹음 기능도 제거했다.

 

앞서 도는 이번 시범 운영을 위해 지난 13일 도의료원 6개 병원과 병원 노조의 동의를 받았다. 안성병원은 지난 3월 이전 신축하며 CCTV를 설치했고, 이천병원은 내년 3월 설치 예정이다. 나머지 병원은 안성병원의 시범 운영을 거치며 CCTV 설치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도는 수술실 CCTV 설치ㆍ운영 확대를 위해 CCTV 장비 구입과 설치 예산(4천400만 원)은 2019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CCTV 설치ㆍ운영은 향후 도내 전 병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환자 입장에서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 장ㆍ단점을 분석 후 확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향후 업계 전체 시행을 시사한 바 있다. 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이번 정책이 불씨가 돼 전국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이 지사의 확대 운영 의지를 응원했다.

 

반면 의료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시키고,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현재 병원 응급실은 주취자 폭력 등으로 CCTV가 설치됐지만, 수술실은 CCTV 설치를 각 병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환자의 동의하에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모두가 동의하며 설치 가능)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 반대로 폐기됐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수술을 하다 보면 알몸, 흉측한 수술 부위 등이 노출된다. 이런 실상을 모르는 환자들은 입원서류처럼 무의식적으로 CCTV 촬영을 동의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환자 개인정보 유출, 의사들 인권 침해, 비용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일반 병원으로 확산을 막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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