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소득주도성장 정책, 이것이 아닌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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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말 타고 알프스를 넘다가 산 정상에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산이 아닌가 봐.” 물론 우스갯소리다. 부하들은 추위에 눈에 빠지면서 개고생하며 따라왔는데 꼴이 말이 아니다.

 

12일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20년 만에 최악이다. 전년 대비 20만 명을 오르내리던 신규 취업자 증가 수가 8월에 3천 명이다. 이제 곧 마이너스의 수치가 나오게 생겼다.

소득주도 성장은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2년간 5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는 없다. 청와대는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성장통’이라고 설명했다.

 

체질이 바뀌기 전에 죽게 생겼다.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이 약자를 죽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고용감소를 가져오고 있다. 청와대의 경제실험에 죽어나는 건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강남 부동산 소유자들이 아니라, 지금 정부에서 그토록 아끼는 ‘서민’이다.

 

청와대는 왜 그렇게 소득주도 성장정책(요즘은 포용정책)을 고집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밀리면 죽음’이라는 강박관념이다.

YS정권은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고 어려운 말을 쓰다가 IMF 체제로 전락해 전 국민이 금 모으기까지 벌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사람 중심의 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적 성장 등 좋은 말은 다 사용했으나 별무신통이다. 이념으로 가득 찬 구호나 슬로건은 사실 말장난이다.

소득주도의 자금 원천은 생산이라는 창출활동이 수반되지 않은 국민 세금과 정부 부채여서 궁극적으로 재정파탄과 국가 부도로 이어진다(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세수(稅收) 전망이 좋으니 돈 풀어 일자리 늘리고 경제를 살리자’라고 주장한들 효과는 이미 없는 것으로 결론났고 미래 세대에 부담만 떠넘기는 꼴이다.

중구삭금(衆口金)이란 어려운 사자성어가 있다.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들의 입은 정말 무섭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아무리 김정은과 웃으며 포옹하고 적폐청산을 외친들 먹고사는 문제가 불안하면 민심은 폭발한다.

 

청와대와 여권 고위인사는 “올 연말부터는 좋아진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야 한다”는 등 떠들고 있는데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은 이런 사람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가 매우 중요하다. 만 번을 양보해 지금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나중에 맞는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국민 모두가 당장 힘든데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만성적 침체에 빠진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성장을 이루고, 그 결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규제를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다.

샐러리맨에서 삼성전자 회장에 오른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권오현씨가 쓴 책 ‘초격차’를 읽어보면 ‘이론은 없다! 오직 실전만 있을 뿐!’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제발 탁상공론은 그만두고 현장에 가보기 바란다. 이제라도 눈 덮인 험한 알프스 등정을 포기하고 평지로 내려와 다시 정신을 가다듬기 바란다. ‘이것이 아닌가 봐’라고 말하기 전에.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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