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성남 사랑방문화클럽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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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 최대명절인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 지난 22일 성남시청 곳곳에 설치된 무대와 시청 앞 도로에서 ‘제12회 사랑방문화클럽축제’가 열렸다.

 

이맘때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수많은 축제들은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예인들의 화려한 공연과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성남에서 열렸던 사랑방문화클럽 축제에서 관람객들은 이러한 화려한 유혹보다는 다소 어수선해 보이며 서툰 분위기 속에서 풍겨지는 사람 내음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전 곳곳에 세워진 무대에서 다소 서투른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고 성남시 마을공동체에서 진행하는 먹거리 장터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성남시청앞 5차선 도로에 마련된 벼룩시장은 손님이 없어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었다.

 

본격적인 축제의 흥겨움은 오후에 접어들면서 시작되었다. 경기도 곳곳에서 모인 생활문화클럽들은 자신들이 연습한 기량을 보여줄 뿐 아니라, 다른 클럽들의 관객이 되어 함께 즐기는 그야말로 생활문화의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마치 고대 그리스 디티람보스 축제를 보는 듯 성남 사랑방문화클럽 축제에서 모두는 공연의 완성도가 높으면 감탄의 박수를 쳐주고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면 서로 격려하며 함께 무대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성남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펼치는 마을 장터가 활력을 찾으면서 사생대회에 참여했던 어린이들과 같이 왔던 학부모들의 참여가 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참여했던 퍼레이드에서 축제의 흥은 절정을 이루었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빛깔의 T-셔츠를 입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 마냥,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으며, 손뼉을 치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성남 사랑방문화클럽 축제는 2006년부터 시작된 사랑방문화클럽네트워크 사업에서 출발하였다. 사랑방문화클럽네트워크 사업은 삶의 터전에서 일상적으로 문화를 즐기는 클럽들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며, 각 클럽의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한 결과가 축제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성남시나 성남문화재단의 역할을 축소하고, 참여클럽들의 자발성을 높여 축제를 준비하면서, 클럽활동 이외의 다양한 지역의 활동들과 연계하는 장으로서 축제를 진행하였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민선7기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시민이 중심이 되는 생활문화정책을 펼치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생활문화를 진흥한다는 의미를 진지하게 논의하지도 않은 채 공모사업을 통해 동호회 공연을 지원하는 것이 곧 생활문화 진흥에 기여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 “생활문화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은 없다. 그렇지만 지난 22일 열렸던 성남 사랑방문화클럽 축제의 성과평가가 아니라 축제 준비과정을 되새겨 보면 오히려 생활문화정책 방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화려한 축제와 성과평가에 오염되지 않은 채 참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축제가 되기 위해 성남 사랑방문화클럽 축제가 추진하고 있는 ‘자발성’과 ‘연계’가 어쩌면 생활문화정책 방향의 실마리일지도 모른다.

 

김성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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