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소방차나 구급차량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도 응급상황이 발생해 신속히 출동하고자 주변 차량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보심이 없는 운전자는 이런 소리를 듣고도 소방차 앞에서 비키지 않고 주행을 계속한다.
소방차나 구급차량이 빨리 가려고 하는 이유는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화재 발생 시 최소 5분 이내로 현장에 도착해야 가장 효과적이며,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5분 이상 지나면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해 생존율이 급감한다.
행정안전부의 2014년 조사 결과 구급차의 현장 도착 평균 시간은 8분 이상으로 현장에 5~6분 이내 도착하는 비율은 32.8%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서 소방관 64%가 “일반 차들이 비켜주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힘들게 화재현장에 가더라도 불법 주ㆍ정차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뉴스를 통해서 보더라도 아파트에 이중주차와 소방차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차량 때문에 초기에 화재진압이 어려워 인명피해규모가 많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불법주차 단속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재현장에 신속한 출동 및 원활한 진입을 위해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 주·정차 및 긴급차량출동에 대한 소방기본법이 개정됐다. 지난 8월10일 이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또는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공동주택 중 100세대 이상 아파트와 3층 이상의 기숙사는 소방차 전용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또 도로교통법도 개정돼 기존 소방 관련 시설 주변은 단순 ‘주차’ 금지구역이었으나 개정된 법은 소방용수시설 또는 비상소화장치, 소방시설이 설치된 곳 5m 이내는 ‘주ㆍ정차’ 금지구역으로 개정됐다. 지난 6월27일부터 개정된 소방차 출동방해에 대한 소방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화재진압ㆍ구조ㆍ구급활동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할 때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행위, 소방차 앞에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행위, 그 밖에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이 금지되고 위반할 경우 차종·횟수에 관계없이 소방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된다.
운전경력이 많은 운전자도 긴급차량 양보방법을 알지 못해 양보해주고 싶어도 오히려 소방차의 길을 막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소방차긴급차량이 접근했을 때 양보운전 요령을 알아보자. 첫째, 교차로나 그 인근에서는 교차로를 통과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해야 한다. 일방통행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해야 하며, 다만 긴급자동차 통행에 지장이 우려될 경우는 좌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도 된다. 둘째, 편도 1차의 도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하면 된다. 편도 2차의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1차로로 진행하고 일반 차량은 2차로로 양보해야 한다.
위기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박한 심정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여러분의 양보는 위기에 놓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 글을 통해 양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져, 출동지연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줄어들길 희망해 본다.
임용석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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