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수명(山紫水明) 포천! 북쪽 끝 자락에는 연간 200여만 명이 찾는 산정호수가 있다.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온 탄피를 줍고 놀던 ‘사격장의 아이’로 태어난 내가 민선 7기 시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석 달이 넘었다. 사격장 주변지역 사람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에 포천시 최대 현안인 사격장 등 군(軍) 관련시설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의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제는 사명이 됐다.
우리 시에는 이색적인 ‘최대’ ‘최고’를 두 개나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 사격훈련장으로는 동양 최대규모인 ‘영평로드리게스 사격장’과 동양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한국군 사격훈련장인 ‘승진사격장’이 그것이다. 지난 64년간 이들 사격장 주변지역은 도비탄ㆍ유탄, 소음ㆍ진동, 환경오염, 산불발생, 도로파손, 농작물 피해 등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가치의 하락, 지역개발 제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받아왔다.
최근 영평사격장 주변지역 피해조사 관련,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사격장 인접지역의 경제적 피해액 규모는 약 1조 3천5백억 원, 포천ㆍ철원 군(軍) 관련시설 주변지역 환경피해 조사 합동용역결과에서는 사격장과의 거리 5㎞ 이내 지가손실액이 공시지가로 6천8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기하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피해지역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셈법 자체에도 큰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사드배치 관련 성주ㆍ김천 지원사업 (성주군 22개 사업 1조 3천억 원, 김천시 19개 사업 7조 6천억 원 정부건의), 군산 직도사격장 이전 관련 지원사업 (3천억 원), 평택 주한미군 이전 관련 특별법 제정 및 도시개발 지원 등에 엄청난 규모의 사업비가 지원됐거나 검토되고 있다. 반면, 우리 시에는 영평사격장ㆍ승진사격장으로 64년 이상 피해를 받아온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가 차고 넘쳐 남에도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상이나 지원은 거의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셈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월 시장으로 취임 이후 두어 달 남짓 짧은 기간에 국방부와 주한미군의 책임 있는 관계자와 수차례 만나 협의와 중재를 하는 데 전력을 다해 왔다. 그 결과로 영평사격장 야간사격시간 조정이나 헬기 사격 중단, 국방부와도 영평사격장 피해 지원방안 마련 등을 위한 협의체인 ‘영평사격장 갈등관리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진일보된 성과도 얻어냈다. 이는 2015년에 자발적으로 결성된 ‘사격장 등 포천시 군(軍) 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쳤기에 가능했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우리 시가 정체된 과거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는 데 필요한 철도ㆍGTX 연장, 군 비행장 민간공항 유치, 주요 도로공사 등 교통 인프라 확충사업과 군 관련 산업체, 물류단지 및 각종 도시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사업을 발굴해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원을 요구하고 반영해 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사격장과 같은 군 관련시설 때문에 낙후된 도시로 전락한 우리 시가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초체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통 큰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피해지역 지원요구 사업 검토 시 비용편익분석과 사업의 타당성보다는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검토돼야 하고, 자립도를 고려, 정부지원사업을 전액 국비로 추진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특히, 매칭사업인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발전사업도 국비 분담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 이런 요구가 신속하게 검토되고 추진될 때 피해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통 큰 해결이 가능해진다.
더 이상은 우리 시가 주변 도시와의 경쟁에서 뒤처진 고립된 섬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지금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살린다면 우리 시가 꿈꾸는 ‘평화의 시대 남북경협 거점도시’로 비상하는 시간 또한 단축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윤국 포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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