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도 이슈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국감에서의 대부분의 핵심쟁점은 문재인 정부의 201개 대선 공약, 20대 국정전략과 100대 국정과제(487개 실천과제)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제인 정부의 대선공약에 대한 예산집행 감사와 정책의 실효성 등을 재평가하는 대선 2라운드가 되는 것이다.
국회가 대선공약을 검증하는 것을 굳이 비판할 생각은 없다. 대통령을 중간 평가할 수 있는 중간선거가 없는 현재의 제도에서 국회가 대선공약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의회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번 정략적 발언이나 비합리적 질의 등으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기 일쑤였기에 국정감사가 아니라 국정감사를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는 점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야당시절 자유한국당의 정부 감싸기용 ‘방탄국감’을 비판했지만, 여당이 된 지금에서는 그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불가피성을 강조며 현 정부의 포용적 성장, 공정경제 정책에 대한 적극 옹호만 있지 은산분리 완화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검증 및 평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자유한국당 또한 여당시절 야당의 정치공세와 반대만을 위한 반대, 발목잡기 등에 대해 강한 비판을 했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철 지난 과거정부의 쟁책만을 고집하는 등 국감을 대선 패배의 화풀이 장(場)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선공약의 국정과제 제외, 후퇴, 완화, 폐기 등을 따지겠다는 자세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일까. 정쟁국감은 국회의 불치병이라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치공세와 막무가내 질타 등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정감사장 곳곳에서 고성과 파행이 벌어지고 상임위원장을 형사고발 하는 등 볼썽사나운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 등을 국감 증인으로 불렀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질의나 막무가내식 질타 등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20대 국회는 그동안 국민의 매서운 질책을 받아왔다. 한국의 의회가 정치혐오 대상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국민이 부여해 준 권한인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결산 심의권’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에 대한 예산집행 감사와 정책의 실효성 등을 합리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현대사회는 로그(log) 되는 사회이다. 그래서 정치는 기록되고, 기억되고, 통제받을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 대부분의 활동 내역들이 기록돼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자리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그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꿀 기회가 얼마 없다. 이번 국감은 다음 총선에서 개개인의 국회의원은 물론 정당들을 대상으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좌우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것을 망각한 집단들은 오만함으로 일관하다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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