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무료 이발 봉사 시작해 매주 화요일엔 밑반찬 나눔 동참
“가진 재주 나누는 게 삶의 가치”
양평군 지평면의 시골 이발사 이동희씨(60). 그는 지난 9월 지평면민대상과 사회봉사부문 양평군민대상을 동시에 받았다. 그가 일하는 이발소는 10평 남짓으로 구식 이발 의자와 타일이 깔린 세면대 등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단아한 용모에 유난히 흰 얼굴을 가진 시골 이발사는 조각하듯 신중한 자세로 능숙하게 손님의 머리를 깎았다. 한 손엔 가위를, 한 손엔 그 옛날의 접이식 면도칼을 들고 새끼손가락을 구부린 채 잔털을 다듬는 모습을 보면 수십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이동희씨는 매주 화요일은 오후 2시에 영업을 종료한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매주 화요일은 적십자 지평면 무궁화봉사회에서 반찬을 만들어 생활이 어려운 노인분에게 보내주는 날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6살의 나이에 서울 하왕십리 한 이발소의 도제로 들어간 그는 모진 세월을 견디며 기술을 배웠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가 이발하면서 반듯해지는 모습이 좋았단다.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머리 모양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그의 확고한 패션 철학이 이때부터 생긴듯하다.
1985년 20대 후반의 나이에 양평으로 돌아오면서부터 그의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장애인시설과 노인시설을 돌아다니며 무료로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자 동료 이발사에게 봉사 활동을 통해 서로 기술을 전수해주자는 제안을 해 봉사자를 끌어모았고, 군부대 장병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는 대신 봉사활동 동참을 권했다.
중독이 되듯 봉사를 하다 보니 그의 봉사활동 영역도 형광등 교체에서 보일러 설치까지 넓혀져만 갔다. 군민대상자 공적 기록에는 5천546시간으로 되어 있지만, 30년이 훌쩍 넘은 그의 봉사활동 시간은 이미 1만 시간이 넘었다.
“한 번 사는 인생, 가치 있게 가진 재주를 나누고 싶었다”는 이동희씨에게는 3남 2녀의 자녀가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동생과 여동생이 남긴 조카들이자 친자식이다. 다 장성했고, 막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이씨는 막내가 새 학년에 올라갈 때마다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쓴다. 행여라도 아픔을 가진 조카이자 막내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당부의 글을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과 하루빨리 기술을 배워야 지긋지긋한 도제 생활을 면할 수 있다는 고달픔이 이동희씨를 봉사의 길로 이끌었다. “남들보다 조금 많은 슬픔에 봉사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고 말하는 이동희씨의 모습에서 아련한 슬픔이 배어 나왔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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