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필모그래피는 주류 영화와 비주류 영화를 오가며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화에서 촘촘히 살아 있다. 비교적 최근 작품만 꼽아도 <암살>,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부산행>, <강철비>, <더 킹>, <1987>, <창궐> 등이 있다. 영화보다 대중에게 노출 빈도가 높은 24부작 화제의 드라마였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점도 있지만, 이북 사투리와 일본어 구사를 그 지역, 그 나라 사람들까지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해낸 그의 연기는 악랄한 캐릭터 ‘이완익’ 이름 석 자를 깊이 각인시켰다.
대중 가운데 팬이 된 사람들은 김의성 배우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그의 SNS 소통을 즐겁게 지켜보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 나이의 배우 중에선 거의 드물게 SNS로 팬들과의 활발하게 소통하는 김의성 배우는 단단한 자기 소신과 유머러스한 재치가 곁들여진 글로 인기가 많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의성 배우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팬의 사람을 받고 사는 대중예술인들은 사실 자기 신념대로 사는 일에 어려움이 많으리라 본다. 다양성이 존중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우리 사회에서 자기 신념을 여과 없이 말하고 행동하기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용기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그의 SNS가 논란이나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걸 보면,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리라 본다.
많은 배우나 연예인들이 SNS에서 설익은 생각이나 감정적 표현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고는, 본의 아니게 계정을 닫고 심하면 활동도 잠시 중단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들은 SNS 계정을 대리관리자에게 맡기고 자신의 활동을 홍보하는 정도로만 활용하지만, 파급력이 높은 데 비해 잘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마이너스 활용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현역 감독이었을 당시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수들이 SNS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내가 만난 어떤 대학생은 자기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기 때문에 SNS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말이냐 했더니, ‘괜한 흑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서 웃었다. 조심스러운 그의 태도가 너무 ‘겁보’인가 싶지만, 좀더 알맹이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때 SNS든 블로그든 하고 싶다는 본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말하기 참 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 메신저 대화도 그렇고 글이 곧 말이니, 글쓰기와 말하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손으로 하는 말’쯤이 되는 이런 소통은 본격 글쓰기와 달리, 단편적 생각이 사고와 성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익은 채 그대로 나올 수 있다. 금방 캡쳐되고 퍼나르는 시대. SNS에서의 글은 형태는 ‘글’일지라도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실수하기도 쉽다고 하는데, 이런 점만 조심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는 지금은, SNS든 메신저든 큰 즐거움이고 축복이 될 수 있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