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공은 신하들에게 백성이 왕명을 따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재상 안영(晏)은 “폐하께서 궁 안에서는 남장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이를 금하시니 마치 ‘밖에 양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궁중에서부터 법도를 지켜야 궁 밖에서도 왕명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라며 궁중 여인의 남장부터 금하라고 진언했다.
영공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안영의 말대로 하자 남장 풍속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양두구육(羊頭狗肉)’은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속임수를 쓰지 않고 모범을 보이라는 말로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양두구육과 같은 일이 우리 정치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한 언론은 국회의원 4명 중 한 명꼴로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살고 있거나 집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고 주민들의 이해와 민심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 1/4가량이 자신이 선출된 지역과 무관한 특정 지역에 주택이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남3구에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무려 83명이라고 한다. 30% 이상이 강남에 살거나 집을 가진 셈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국회가 아니라 강남 국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은 어떨까? 남동구을 윤관석 의원은 서울 강남구에 다세대주택과 주택·상가 복합건물 3채를 배우자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연수구을 민경욱 의원과 미추홀구을 윤상현 의원 역시 강남3구에 아파트 2채를 각각 소유하고 있었다.
윤관석 의원과 민경욱 의원은 각각 인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 시당위원장이다. 또 국회에서는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라 불리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인천 각 당의 간판 얼굴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아야 할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이 정작 인천에서는 전세를 살면서 서울 강남에 집을 가진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첫 보도 이후 지역 사회에선 갖가지 군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구 주민을 기만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이렇게 한시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은 오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말했다. 즉 권력, 부, 재화, 명예 등 희소성 있는 가치를 ‘권위를 가진 사람’이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왕이 권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왕이라 하더라도 표리(表裏)가 같고 모범을 보여야 비로소 권위가 서게 되고 그제야 백성이 따르게 된다. 명분과 공익보다는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이중적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에게 본보기가 되고 겉과 속이 일치하는 정치인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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