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아온 탕아를 대하는 형님의 바람직한 자세

수출도 힘들고 내수도 아우성.

경제를 경제정책으로만 살려내기엔 히포크라테스, 화타와 편작, 허준이 함께 매달려도 힘들어 보인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그동안 정치에 너무 흥분하고 깊이 몰두했었나 보다.

THINK OUTSIDE THE BOX. 이제는 차라리 경제 밖에서 경제를 푸는 게 유일하고도 절묘한 해법이 아닐까 싶다.

 

위험과 혼돈의 길, 전인미답의 숲을 뚫어 길을 닦으며 돌파해 ‘국제외교 정치로 대박’을 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모 아니면 도’다.

 

유치한 질문 두 개를 던지고 그 답을 나름대로 찾아봤다.

질문 하나. 삼국시대 선조들은 민족과 역사에 죄인이고 그릇된 삶을 살았던 걸까? 아니라고 본다.

 

왕조(정권)가 몇 개나 병존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한반도의 반만년 역사에서 통일국가였던 시간이 오히려 짧았고 통일왕조 백성들의 삶이 더 정의롭다거나 행복했다는 증거도 없다.

 

세계가 하나로 통일되어있지 않아도 괜찮듯이, 역사와 인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은 평화교류와 이에 수반되는 번영일 뿐이다.

 

수 백 년의 투쟁과 앙금이 가라앉은 뒤 최근 국민투표로 분리독립 여부를 스스로 선택한 스코틀랜드의 사례나, EU로 편입되었다가 BrExit 국민투표로 튕겨나가기를 선택한 영국의 사례를, 고비용의 동서독 통일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질문 둘. 속 썩이던 망나니, 막내가 집나간 지 오래됐다.

그런데, 신사도에 입각한 프로스포츠라면서도 주변에 ‘갑질’을 종종 해왔던 프로복싱 아시아챔피언, 세계챔피언 등을 막내가 취중시비 뒷골목싸움에서 K.O.시켰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었다.

 

덕분에 경찰서깨나 불려 다니게 했던 가문의 수치요 집나간 탕아가, 최근 자신도 이젠 철들고 마음잡았다고 주장한다.

 

세계챔프들도 은근히 두려워해온 ‘사마외도의 무공’을 평생 연마해온 막내가, 스스로 힘줄을 끊어 어둠의 무공을 폐기하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가문의 미래를 짊어진 똘똘한 손주들 교육과 부양에만 전념해온 ‘큰형’에게, 구겨진 체면 탓에 막내를 손보려고 벼르는 복싱 챔프들을 상대로 화해를 위한 ‘협상’을 도와달라고 한다. 형은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가출했던 막내에게 ‘너도 늙고 힘 빠지니 별수 없지? 꼴좋다~’며 한풀이 욕을 퍼붓고, 빅토르 위고의 Les Miserables에서 쟝발쟝을 불신해 발목잡고 늘어지다가 끝내 자괴감이 들어 자살하고 만, 보수꼴통(!) 정의의 화신, 쟈베르 경감처럼 행동해야 할까?

 

사견이지만, 지혜로운 격언에 이미 답이 들어있다고 본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돌아오겠다는(!) 탕아인 막내가 북한이라면, 똘똘한 손주들은 우리의 경제미래다.

주변 챔프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모든 주변 강대국을 상대로, 북한이 스스로 힘줄을 끊어 흑도의 “핵” 무공을 폐기하는 협상 카드는 본질적으로 두 번 쓸 수 없는 것이다. 최대한의 이익을 단 한 번의 거래로, 단번에 챙겨야만 한다.

 

누구 좋으라고? 북한을 위해서만 좋으리란 건 단견이다. 막내가 챙겨갈 보상과 혜택을 극대화하도록 형이 적극 도와줄 때, 베트남의 길을 걸으며 번영하게 될 북한보다 오히려, 우리 손주들이, 우리 경제가, 날개를 달아 상상초월의 기회와 번영이 보장된다.

 

허언증에 불과했던 MB의 ’7-4-7 공약’(매년 7% 경제성장, 개인소득 4만불, 세계 7위 이내 경제대국)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명제는 논리의 비약이며, 오류가 없지 않다. 통일보다는, 평화공존개방이 대박이다. 통일은 백년쯤 뒤에, 굳이 누가 누굴 도와줄 필요가 없는 남북한 경제 ‘대국’끼리, 평화적인 국민투표로 정해도 늦지 않다.

 

미국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 베트남이 평화공존과 개혁개방의 세계화를 수용하면서 인상적인 성공을 일궈내고 있다. 만일 북한이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세계화의 막대한 외국인투자는 오히려 지금껏 저평가돼온 서울로 ‘먼저’ 밀려들어오고, 북한이 오랜 시일 더 신뢰를 쌓아야만 평양으로도 스며들 것이다.

 

세계 모든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 거점이 보다 신뢰가능하고 안전한 서울에 둥지를 먼저 틀게 되며, 북한이라는 막대한 신흥 시장과 원료 및 노동력 공급시장에 온갖 국제통상협정 상의 의무유예와 특혜가 주어질 때, 그 혜택은 고스란히 북한에 선도적, 주도적으로 진출하게 될, ‘언어 및 정서 소통’의 경쟁우위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누구보다 먼저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자칭 철들었다고 주장하는 탕아를 상대로 소모적인 한풀이에 나서거나, 대한민국 내부의 분열을 자초하며 감정 갉아먹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똘똘 뭉쳐서 교황 성하도 초청하고 국제협상 분위기도 띄워가되, 이용만 당하지는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서, 표정관리도 하고, 앞서나가려는 충동이 꿈틀거리는 정치인들의 입도 신중히 다스리고, 주변 눈치도 전략적으로 잘 살피면서, 막내가 ‘완전한 핵 폐기’를 이행함과 동시에 주변의 챔프들을 상대로 ‘최대한 긁어내도록’ 은밀히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도 궁극적으로 최대 이익이 실현될, 민감한 시기다.

 

베를린장벽 붕괴(H/W)와는 조금 차원이 다른, 한반도의 정치ㆍ외교ㆍ군사적 ‘소프트웨어(S/W)’ 장벽이 무너질 때, 우리 경제가 ‘대박’이 나고 기사회생한다.

 

앞으로 일이년이 보릿고개다. 기대해보고 싶다. 이번에야말로 장구한 지난 세월 3류 수준에만 머물러왔던 우리의 ‘정치’가 환골탈태해 경제와 동반하여 일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박진성 한국무역협회 경기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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