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품은 교육도시 ‘시흥시’… 학교·마을 힘 모아 ‘혁신교육’ 이끈다

행복교육지원센터로 교육-행정 일원화 창의체험학교선 다양한 현장학습 지원
내년부터 시흥마을융합학교 운영 예정 학교·마을 상생… 교육자치 근간 마련

시흥혁신교육 지방정부협의회 정기총회
시흥혁신교육 지방정부협의회 정기총회

‘부의 대물림’과 ‘양극화’의 도구라는 불명예를 안아 왔던 한국 교육시스템이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혁신교육’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그동안 교육 정책 개혁 시도는 꽤 있었지만, 일관된 정책이 지속 가능한 실천으로 이어져 온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정부나 교육정책의 변동에 따라 교육 시스템이 휘청이면서 한국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는 바닥났고 성과에 매몰되는 철학 없는 교육 행태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사람을 성장시키고 나라를 키우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바로 혁신교육지구 사업이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혁신교육’이라는 거대한 기치 아래,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교육적 체험들이 하나로 모여 하나의 교육 문화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는 혁신교육지구, 강원과 충북, 충남, 경남은 행복교육지구, 전남은 무지개학교 교육지구, 전북은 혁신교육특구, 인천과 세종은 교육혁신지구, 부산은 다행복교육지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과 교육의 연결고리,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시흥시가 행정과 교육이 단순한 협업을 넘어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임으로써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흥은 지난 2015년 시흥혁신교육지구 전담 조직인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교육과 행정의 강점을 적극 반영한 협업시스템을 토대로, 정책이나 제도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학교와 마을을 넘나드는 ‘시흥 교육 자치의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시청과 교육청, 학교와 마을을 더 촘촘히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자 행정 전문가와 교육 전문가가 하나의 팀이 돼 계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같이하는 강력한 교육전문조직으로 역할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를 찾은 방문자 수는 1천456명을 넘어섰다. 전국에 있는 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이 시흥시를 찾아 시흥형 혁신교육을 각자의 지역으로 담아갔다.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시흥시와 교육청, 학교와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어내며 혁신교육의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시와 교육지원청 간 교육협력으로 ‘교육지원사업 원클릭시스템’을 구축해 행정을 일원화했다. 시흥시와 교육청의 전체 교육사업 접수 및 매칭 창구를 하나로 만들면서 통합공모 교육사업 접수와 심사 선정, 그리고 교육사업 기회, 마을융합학교 교육과정 컨설팅, 관련 컨퍼런스 개최, 모니터링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마을과 학교 주도의 박람회, 그리고 컨퍼런스를 개최함으로써 지방교육 기반을 확산했다.

 

제목 없음-2 사본.JPG
▲ 시흥행복교육박람회

■학교로 들어온 마을, 마을과 함께 가는 학교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의 첫 번째 사업은 시흥시의 체험터를 현장학습 프로그램으로 만든 시흥창의체험학교였다. 기존 시의 여러 부서에서 운영하던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맞도록 재정비해 학교 현장에 안착시킨 것이다.

더불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며 마을교육과정도 만들었다.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에 마을의 상상력이 더해져 전래놀이, 진로, 요리, 다문화체험 등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식 수업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학교는 수업시간 문을 열었고, 마을은 학교로 들어갔다. 시흥시에는 평생학습을 중심으로 희망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인프라까지 마을공동체 주도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 마을 공동체는 학교 정규 교육과정의 문턱을 넘나들며 공교육의 지원주체가 돼 가고 있다. 시흥이 만드는 교육과정은 교육을 매개로 마을도 살고 학교도 살며 모두가 성장하는 상생을 추구한다. 초·중·고등학교가 마을의 평생학습과 넘나들고, 학교의 리듬에 맞춰서 마을이 움직이고 시청과 교육청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곁을 내주며 그 리듬에 귀 기울인다. 센터 개소 이래 3년이 지난 지금, 교육지원 주체가 교육청인지 시청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같은 곳을 보며 함께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가야할 길, 풀뿌리 혁신교육

지금까지의 혁신교육이 관이 지역 내 흩어져 있는 콘텐츠와 자원을 하나로 묶어 내는 기반을 다지는 단계였다면 앞으로의 혁신교육은 ‘지역화된 교육’을 더욱 심화하는 과정으로 진입해야 한다.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교육이다. 시흥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적어도 시흥시에 대해 배우고 시흥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앞으로의 혁신교육은 주민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으로서의 주민들이 바로 혁신교육의 주체로 역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흥시는 역시 퍼스트 펭귄의 역할을 맡는다. 내년부터 ‘시흥마을융합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흥마을융합학교는 학교 밖 학교로서 ‘체험터’를 두고 학교 밖 선생님인 마을교사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교육이 학교와 마을을 넘나드는 것이다.

 

사람과 사회를 이루는 특성에 따라 마을교육의 흐름은 달라진다. 시흥마을융합학교는 ‘마을’이 주체가 돼 ‘마을교육’의 고유한 플랜과 비전을 세운다. ‘마을교육자치추진단’을 통해 장기적 플랜과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을 스스로 세우고 마을교육의 다양한 실천과 현안을 풀어가는 거버넌스의 큰 축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시흥마을융합학교는 정책과 제도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시흥 교육자치의 근간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지역 기반으로 교사, 마을사람, 학부모가 공교육을 지원하며 마을의 교육력도 함께 성장하는 배움과 실천의 마을교육공동체를 구현하게 될 것이다. 교육을 위해 떠나는 도시에서 지역 인재를 키우고 지역과 동반 발전하는 도시로 모습을 바꾸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교육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흥=이성남기자

 

제목 없음-3 사본.JPG
[인터뷰] 임병택 시흥시장 

“마을교육자치회 시행… 시흥의 아이들, 시흥이 키울 것”

임병택 시흥시장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마을’은 교육의 객체처럼 취급받아 왔다. 마을에서 크는 아이들에게 마을 없는 교육은 중심을 배제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교육적 흐름이 바로 혁신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흥시는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라는 기반을 통해 혁신교육을 선도함과 동시에 교육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 더불어 시흥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작은 단위와 마을과 학교가 결합해 실행하는 ‘마을교육자치회’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흥시만의 지역화된 ‘시흥교육과정’을 지원하고자 한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시와 교육청, 지역과 학교가 해외연수를 통해 우수사례도 배우고 공동으로 연구하며 실행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지방교육자치 정책 모델을 그려나가기 위한 도전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이제는 교육의 전문성과 지역의 특수성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의체 수준을 넘어선 통합근무 방식이 확산돼야 할 시점”이라며 “교육부나 교육청의 정책 방향에 따라 마을 교육의 동력이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학교와 마을이 교육의 주체로 진화해가기 위해 이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임 시장은 “단순한 시-교육청 협의체 수준을 넘어 공동기획부터 실행까지 협업이 가능한 교육인력과 행정인력 상호파견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시범적으로 교육협력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의 경우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특별행정기구’를 추진함으로써 지방교육자치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시흥시는 이에 대해 실험적으로 고민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시흥의 아이들은 시흥이 키우겠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전국의 여러 지역과 연대하며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과 교육 자치를 위해 힘 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흥=이성남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