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의 조합은 최악인 것 같아요

부모·자녀 모두 상호배려… 함께 대화하며 소통의 자리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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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 누가 더 아픈가요?

A. 갱년기가 일찍 와서 고생하는 부모도 있고, 사춘기 자녀로 힘들어하는 부모도 있다 보니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의 조합은 최악’이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부모의 사춘기 시절과는 달리 요즘 자녀는 말이 안 통한다며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기 일쑤고, 이럴 때마다 화가 나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나기도 해서 자녀에게 오히려 호통을 치기도 해 갈등의 씨앗이라고 호소합니다.

 

보통 사춘기의 시작은 초 2, 3학년부터이지만 사춘기 증상의 정점을 나타내는 시기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입니다. 이때 성별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성향과 상관없이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인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경험하는 시기이고, ‘중2병’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자기중심성을 보이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사춘기 자녀만 힘든 것은 아닙니다. 이 시기 자녀의 부모님들도 어려운 발달단계에 놓여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실제로 노화에 대한 걱정, 기억력 감퇴나 자녀, 배우자와의 관계변화 등 신체적으로나 인지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중년기 위기’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중2병 자녀’와 ‘중년의 위기 속 부모’ 중 누가 더 아프고 힘들까요?

 

어느 쪽이 더 아프고 더 힘든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시기가 부모도 자녀도 모두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야 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로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친해져야 하고 상호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지를 조사해 보니(행복의 기본정석, 최인철, 2014) 먹을 때와 대화할 때. 바로 가족식사 시간입니다.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남편은 가족과의 저녁식사 시간을 따로 냅니다. 매일 오후 6시 반이면 사무실에서 올라와 식탁에 앉습니다’라고 말하며 철저하게 지켜진 가족식사 시간에 언급했습니다.

 

학원이다 공부다 해서 서로 얼굴조차 보기 어려운 우리의 식사시간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도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을 마련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기회의 장으로 펼쳐보길 바랍니다.

 

사춘기 자녀, 갱년기 부모로 이루어진 이 발달단계의 가족은 가족생활주기의 전 단계를 통틀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는 가족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 온전히 아무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한 조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창한 시간 말고 자칫 스쳐 지나가는 틈새시간도 잘만 활용한다면 자녀와의 소통을 늘려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산책하고 운동하기, 함께 장보기, 자녀를 차로 데려다 주며 얘기하기 등 너무 뻔하다고만 생각되는 이 시간을 적극 활용하면 자녀와 일상의 추억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시간일 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의 아름다운 동거는 일상 속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함자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상담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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