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음란물 왕국의 벌거숭이 임금, 그리고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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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진호 회장의 갑질 폭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이미 수년 전 퇴사한 직원이 올린 댓글을 문제 삼아 해당 직원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여 온갖 욕설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일삼았다. 그리고 양 회장은 전리품을 챙기듯 자신의 폭행장면을 다른 직원으로 촬영토록 해 이를 보관해 뒀다니 정말 ‘엽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양 회장은 어떻게 이토록 엽기적인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돈’이 있다. 양 회장이 가진 천문학적인 재력이 바로 그 힘이 된 것이다.

 

양 회장이 가진 부는 어디서 온 것일까? 양 회장은 대외적으로 한국미래기술을 운영하며 직립보행이 가능한 로봇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양 회장은 어린 시절 로봇태권V를 보며 로봇을 만드는 꿈을 꿨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양 회장이 실제 막대한 부를 일군 뒷면에는 그가 구축한 음란물왕국이 있다. 양 회장은 각각 웹하드업계 1위와 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며,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고 있다. 불법적인 포르노 영상부터 몰카, 리벤지 포르노까지 가히 그가 운영하는 웹하드는 음란물백화점이라 불릴만했고, 1천만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이를 이용했다.

 

그는 또 음란물 헤비업로더들과 계약을 맺고 자신이 소유한 웹하드에 음란물을 유통토록 한 후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서로 나누는 등 음란물 공급에도 손을 뻗쳤다. 더 나아가 그는 불법 영상물을 거르는 필터링 업체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까지 실소유하고 있는 등 웹하드에서 음란물을 유통해서 돈을 벌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거르고 삭제하는 대가로 피해자들로부터 또다시 돈을 챙기는 등 대한민국 최초로 ‘음란물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양 회장은 어떻게 아무런 제재 없이 이런 사업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양 회장의 음란물사업은 한때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던 ‘소라넷’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야동’이라 불리는 음란물을 무차별 유통시켜 수익을 얻는 구조는 똑같으나, 차이가 있다면 양 회장은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는 사업가고, ‘소라넷’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운영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소라넷’의 운영자를 찾아내 그 중 일부를 체포했고, 사이트 자체를 폐쇄했으며, 음란물유통으로 얻은 그들의 재산에 대해서도 압류조치했다. 하지만 버젓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클릭 몇 번이면 음란물을 다운받을 수 있는 양 회장 소유의 웹하드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는 양회장이 운이 좋았다기보다는, 양회장의 ‘돈’이 보여준 마법이 아닐까 싶다. 양회장이 돈으로 고용한 전문가집단, 양회장의 사업이 탄탄대로를 걷는 동안 이를 방치한 수사기관, 한 편당 몇백원의 돈을 주고 음란물을 구매한 충성고객들 모두 음란물왕국의 공범자들이다.

 

취재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양회장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공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회장의 음란물왕국을 산산조각내달라는 국민들이 그와 그의 공범자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공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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