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공예가 홍연화 “한지와 반평생… 전통문화 계승은 숙명”

국내·외서 공예 배우러 발길
靑 사랑채서 체험 프로그램도 명맥 잇는 정책지원·관심 필요

▲ 개인전지승제작

역사적으로 전승되어 오는 기술을 갖고 시대와 시대를 잇는 사람이 있다. 전통공예 명장(名匠)으로 불리는 지승(紙繩) 공예가 홍연화씨(57·여)가 그 주인공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승과 함께한 홍연화씨는 지승의 명맥을 지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씨가 반평생을 바쳐 지켜온 지승공예는 얇게 자른 한지를 손으로 꼬아서 만든 끈으로 기물을 엮어 반짇고리와 화살통 등을 만드는 우리나라 고유 문화유산이다.

 

지난 1986년부터 지승공예에 뛰어든 홍씨는 1997년 성남에 둥지를 틀고 자신의 이름을 단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홍씨의 공방에는 지승의 멋과 미를 살린 방석, 팔각 반짇고리, 차반모음 등 한지로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색의 오묘한 빛깔의 작품이 빼곡하다. 홍씨는 이곳에서 300여 점의 지승공예 작품과 함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과 전시, 연구활동을 병행하는 지승연구회를 비롯해 작품을 만드는 작업까지 모두 이 공방에서 이뤄진다.

 

홍씨의 공방에는 근래 들어 파주와 인천, 군포 등 전국 곳곳에서 지승공예를 배우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홍씨는 “지승공예의 전통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준 성남문화원 덕분에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지승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지승공예를 배우러 오는 한국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심 속에 홍씨는 지난해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와 전통문화 등을 소개하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지(지승)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6년에는 성남시 공예명장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씨는 지승공예의 명맥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홍연화씨는 “한지만 보며 수십 년을 살았는데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려는 관심은 여전히 싸늘하다”며 “인내와 끈기의 산물이라고 불리는 지승공예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지자체 또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손에서 손으로 내려오는 ‘지승공예’는 정말 보석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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