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은 왜 불친절할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은 매년 공직자 대상의 친절교육을 시행한다. 청사 밖으로 나가 길거리에서 구십도 각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공무원의 불친절’은 늘 지역주민의 불만 사항 상위권에 들어 있다. 교육도 효과가 없으니, 공무원은 도저히 친절해질 수 없는 집단쯤으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시선에 거의 모든 공무원은 억울하다. 물론 어느 공공조직이든 한두 명 정신 나간 공무원, 지역주민 혹은 관련 민원인 앞에서 갑질을 서슴지 않는 공무원이 껴 있기 마련이지만, 거의 모든 공무원은 지역주민 혹은 민원인에게 싫은 소리나 평가를 받는 걸 극도로 꺼린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으로서의 사명도 무겁고, 최고임명권자가 선출직이니 지역주민에게 비호감 받는 공무원은 최고임명권자에게도 비호감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무겁기 때문이다.

몇몇 정신 나간 공무원은 예외로 치고, 공무원 생활 30년을 넘긴 필자 그리고 거의 모든 공무원의 입장에서 ‘불친절 공무원’에 대한 소회를 솔직히 털어놓고 싶다. 최근 어느 햄버거집에서 음식물 든 봉투를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집어던진 고객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뉴스로 부각되는 일은 없었다. 종업원의 불친절은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도 고객의 횡포는 어느 정도 용인됐던 게 그간의 우리 사회풍토여서다. 이번 ‘햄버거집 사건’은 쌍방을 상하관계로 두고 하부 쪽에만 책임을 묻던 사회풍토가 이제 쌍방을 수평적 관계에 두고 쌍방에게 평등하게 책임을 묻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 나게 하는 뉴스이다.

햄버거집에도 룰이 있다. 주문에서 출하까지의 과정에서 고객의 의무와 종업원의 의무가 정해져 있다. 아무리 고객이라도 그 업소에서 제작 불가한 제품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써서는 안 될 일이고, 아무리 종업원이라도 고객의 생떼를 마냥 감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공공기관은 훨씬 더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공무원은 정해진 행정법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이 방문해서 민원사항을 요청하더라도 정해진 법과 규칙에 따라 수락하거나 거절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청원 혹은 민원인의 요청을 불친절하게 수락하는 공무원은 불친절한 공무원이고, 친절하게 수락할 수 없음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공무원은 친절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구분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태도는 건방지고 불친절해도 내 요청을 받아들이는 공무원은 친절한 공무원, 태도는 겸손하고 친절해도 내 요청을 거부하는 공무원은 불친절한 공무원으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다고 ‘친절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법을 어기는 ‘범법자 공무원’이 될 수는 없다. 국민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 믿는다.

공무원의 고용주는 국민이다. 국민을 섬기는 게 공무원의 제1원칙이다.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기초지방단체 공무원은 더욱 그렇다. 고용주인 국민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관청에서 본인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 불친절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주십사 하는 부탁이다. 관련법이 불친절한 건지, 담당공무원이 불친절한 건지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엄격히 판정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조규수 양평군 홍보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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