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 새벽,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거주자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3층 방 안 전열기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추운 겨울 새벽에 일어난 뜻밖의 사고였다. 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전국 화재발생 통계를 보면 총 발생 건수 4만5천102건 중 3분의 1에 달하는 약 36%가 겨울철(11월~2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에는 습도가 낮아져 대기가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 난방기구의 사용 또한 증가해 화재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자칫 방심하는 찰나가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화재위험기구 사용에 대한 안전관리를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난방 및 전열기구의 올바른 사용이다. 전기장판 등 난방기구는 겨울철 화재발생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열기구는 전기를 사용하여 열을 내는 기구이므로 성능이나 안정성이 승인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또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은 전기기구의 과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콘센트는 항상 뽑아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둘째, 가스시설 안전 점검의 습관화이다. 가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중간밸브를 잠그고, 주기적으로 누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가스 사용 전에 실내를 환기시키고, 가스레인지 등 화기를 사용할 때에는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소방ㆍ방화시설의 유지관리 및 사용법 숙지이다. 주위에 설치된 소화기나 옥내소화전의 사용법을 숙지하여 초기 화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방화문ㆍ비상통로 등 피난시설은 신속한 대피를 위해 항시 정상상태를 유지하고 적치물을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범국민적 화재예방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각종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청사 및 다중이용시설 등에 불조심 관련 현수막과 배너, 포스터를 게시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철도역사와 버스터미널, 대형마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화재예방 캠페인, 각종 안전체험을 통해 시민들과 직접 만나며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일을 그르친 뒤에는 아무리 뉘우쳐 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있다.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예상할 수는 없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충분히 예방은 가능하다. 시민들 스스로 점검과 예방을 습관화하는 것이 화재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경호 수원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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