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가격 급등 논란과 쌀의 소중함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 보유곡 방출과 쌀 목표가격 결정 소식에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업계는 작년과 올해 쌀 가격의 상승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니며 지난 여러 해에 걸쳐 폭락했던 가격의 회복 수준이라 주장하고, 각종 통계 자료들이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감성적 차원의 주장이 아니라 통계 자료에 근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이라는 화두 앞에 쌀 가격의 상승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아마도 ‘가격에 의한 수요가 비탄력적인 필수재’로서의 ‘쌀’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식생활 패턴이 많이 변화해 쌀의 소비가 계속 줄고는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쌀의 존재는 ‘주식’으로서의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쌀 가격 상승에 대부분 국민이 민감할 수도 있다. 비싸더라도 사먹을 수밖에 없는 ‘주식(主食)’이기 때문에.

그런데 쌀 가격이 정말 지나치게 비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하게 수치상의 논리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의 양은 100g 전후로 20㎏ 기준 200그릇 정도이니, 유명 브랜드 쌀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 공기에 300원 수준이며 전체 평균으로는 200원대 중반이 채 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으나 생활비 중 식비, 그 중에 차지하는 쌀 가격의 체감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을 해도 마냥 비난 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굳이 우리가 일상 속에 즐기고 있는 커피 등 각종 기호음료, 간편식, 배달음식 등의 가격 등을 비교하지 않아도 말이다.

관점을 바꿔 쌀의 가격이나 물가안정 같은 문제와는 다른 측면으로 쌀의 의미를 한 번 짚어 보자.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17년 기준 약 4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사료작물까지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3% 정도로 2000년 각 56%, 30%와 비교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식량 주권에 대한 안전판이 점차 얇아지고 있는 것이다.

‘쌀’은 공급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서 그 생산량이 빠른 시간 내에 늘어날 수 있는 “가격에 대한 공급탄력성이 있는 제품”이 아니다. 그나마 자급률 100%를 겨우 넘기고 있는 ‘쌀’의 대체재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쌀 가격의 적정 수준 지지 실패와 그에 따른 쌀 농업 기반의 붕괴가 야기할 끔찍한 미래에 대한 상상은 해서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날로 심해지는 기상이변과 세계정세 불안 지속, 거대 곡물회사들의 횡포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식량주권 확보의 차원에서라도 ‘쌀’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적정 수준의 쌀 목표가격 결정을 위해 여러 농업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일부나마 국회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는 지금이 실질적인 쌀 농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쌀 목표가격을 쟁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물가안정이 중요한 정책 방향 중 하나라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겠으나,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과 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정책 사이의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현재 농협성남유통센터 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