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문화유산 바로잡기 시동… 남양주 ‘문화유산 토지정보 현실화’ 추진

실제 이용 현황과 다른 토지정보 수두룩

진접읍에 위치한 봉선사
진접읍에 위치한 봉선사

남양주시가 우리 고유 문화유산의 효율적인 보존ㆍ관리를 위한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을 전국 최초로 추진한다. 시 관내에 국가지정문화재와 전통사찰 등 20여 개의 문화유산이 있지만, 대부분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임야 등으로 지정돼 상당수가 불법 건축물로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법 규제로 이어지며 보존과 관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에 시는 ‘문화재 및 전통사찰에 관한 지목변경 처리 업무지침’을 수립, 전수 조사를 실시해 실제 이용현황과 다른 잘못된 토지정보를 바로잡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 추진배경 및 사업개요

시는‘문화유산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을 내년 12월까지 진행한다. 관내 문화재(국가지정문화재 9개소 및 전통사찰 11개소) 중 토지정보가 실제 이용 현황과 다르게 조사ㆍ등록돼 있어 농지법, 산지관리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관련법의 규제를 받아 보존ㆍ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왕릉은 일제가 시행한 토지조사사업(1919~1918년) 당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역사적 인식 부족으로 일반묘와 같이 봉분만 토지대장상 ‘묘지’로 등록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조성된 주변 토지는 ‘임야’로 등록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 예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07호 홍릉ㆍ유릉은 1970년 5월26일 문화재로 지정ㆍ고시돼 현재 국가지정문화재구역 및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지적공부상 지목이 ‘묘지’와 ‘임야’로 등록ㆍ관리되고 있다. 또 진접읍 부평리 소재 전통사찰 봉선사 내 유치원은 건축물 대장상 용도는 유치원이나 토지대장상 지목이 ‘전’으로 등록돼 있으며, 토지의 실제이용 현황과 대장상 토지정보가 달라 불필요한 규제(농지전용허가)로 전통사찰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동구릉, 태릉, 강릉도 역시 ‘임야’로 등록돼 같은 고충을 겪는 만큼, 시는 전국 최초로 문화재 및 전통사찰에 대한 지침인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을 만들어 체계적인 지목변경 사업을 시행해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현행법의 문제점…市, 합리적 법률 해석 나서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 58조(지목의 구분) 제26호(사적지)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인 유적, 고적, 기념물 등을 보존하기 위해 구획된 토지의 지목은 ‘사적지’로 설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목변경은 동법에 따라 토지의 형질변경 등 공사가 준공된 경우 등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왕릉의 경우 인허가 및 준공된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또 ‘산지관리법’에서도 산지전용허가, 용도변경의 승인, 산지전용지의 복구 등 규정에 따라 산지전용허가 및 복구준공사가 없는 경우 지목변경을 제한하고 있다. 농지법 역시 농지전용허가, 농지의 지목변경 제한 등 규정으로 농지전용 시고 및 허가 없이 지목변경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문화유산이 관계법령 수립 이전부터 형질 변경 및 고유 전통에 따라 토지이용 현황이 구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을 적용해 규제하는 것은 법치행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사적지는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인 유적ㆍ고적ㆍ기념물 등을 보존하기 위해 구획된 토지로 규정되고 있으며, 이를 문헌적으로 해석해 토지의 형질변경 등으로 관련법에 따른 인허가를 요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가 요구될지라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당시 관련부서와 협의된 사항으로 ‘의제’ 효과가 발생돼 인허가를 얻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묘적사 내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석탑 ‘팔각칠층석탑’
묘적사 내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석탑 ‘팔각칠층석탑’

◆행정 조치사항 및 기대효과

시는 잘못된 토지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업무지침을 수립하고 이 지침에 따라 지목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관내 국가지정문화재 및 전통사찰 등 추진대상을 파악하고, 토지ㆍ건축물대장 및 각종 공부 파악, 관련부서 인ㆍ허가 서류 협조 요청, 문화재청 보유 문화재 관련 자료 의뢰 등 토지특성자료 조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드론을 활용해 평면ㆍ단면적 모습이 아닌 입체적으로 문화유적의 배치 및 현황파악을 하는 한편,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해 필지 내 이지목 면적의 구분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문화재 지정 당시 구획된 토지 구역선을 중심으로 연도별 항공사진을 확보ㆍ조사해 ‘농지법’, ‘산림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 이전에 당해 문화재의 존재 여부를 조사한 뒤 문화재청, 문화예술과, 각 읍면동 건축부서, 농지부서 등 관련부서와 지목변경 가능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시는 사업 추진 한 달 만에 와부읍 월문리에 위치한 묘적사 내 ‘전’으로 등록돼 불법농지로 관리되던 팔각다층석탑(경기도 지정문화재ㆍ남양주 최초 문화재)을 종교용지로 변경하는 성과를 냈다.

시는 이 사업으로 토지이용현황과 토지관련 공부를 일치시켜 효율적인 문화재 관리가 가능하고, 지적공부의 신뢰도 향상으로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일반시민의 문화재구역에 대한 각종 토지이용규제 파악이 용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문화재 보호와 관리에 있어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시는 현황조사 시 촬영된 항공사진을 남양주 문화유산 홍보 및 지속적인 보존ㆍ관리를 위한 원형기록화사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양기영 남양주시 토지정보과 지적측량팀장은 “유네스코까지 등재돼 있는 우리 유산이 그린벨트 등 각종 규제에 묶여 불법으로 규정돼 건설 및 보수 등 유지ㆍ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현재는 과거에 군사 용도로 찍어놓은 항공사진을 구해가며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고 추진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인식 부족으로 잘못 조사된 토지정보에 대해 현대적인 기술로 새롭게 조사ㆍ등록해 역사성 회복에 기여하고, 효율적인 문화재 및 전통사찰 관리시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완화하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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