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5km 내 軍 적대행위 금지, 파주로 몰리는 훈련…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된 점은 분명히 환영합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반경 5㎞ 안에서 진행됐던 모든 훈련이 온통 우리 마을로 몰리게 되면서 시끄러워 살 수가 없습니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판문점 선언’ 이후 풀리면서 이달부터 군사분계선(MDL) 반경 5㎞ 내 훈련이 중지, 반경 내 있던 5개 사격장의 훈련이 파주 ‘무건리훈련장’에 집중돼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대폭 커졌다.

앞서 남북은 지난 9월19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지상, 해상, 공중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금지했다. 이에 따라 이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선 군사연습이 중지됐고, 지상 군사분계선 반경 5㎞ 내에선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이 멈췄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군사분계선 반경 5km 안 구역에 포함된 사격장은 스토리사격장(경기도 파주시), 적거리사격장(경기도 연천군), 천미리사격장(강원도 양구군), 칠성사격장(강원도 화천군), 송지호사격장(고성 사격장ㆍ강원도 고성군) 등 5곳이다.

이 5곳에서 훈련을 진행하던 포병부대들은 대체훈련장을 찾아 ‘그나마 가까운’ 무건리사격장으로 향했다. 무건리사격장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히 스토리사격장은 사격 표적지가 DMZ 5㎞ 내에 있다는 이유로 폐쇄까지 고려 중인 상황이다. 백령도ㆍ연평도 7개 중대도 연 1회 무건리사격장으로 이동할 예정인 만큼 무건리사격장 인근 거주민의 소음 피해는 당분간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몰린 ‘군사력’에 사격장 인근 파주 법원읍ㆍ양주 광적면 거주민들은 귀를 막고 밤을 지새우는 상황이다.

한 주민은 “11월 전후를 비교하자면 하루 1대 보였던 탱크가 지금은 5대로 늘었고, 하루 1회 들렸던 사격훈련 소리가 지금은 10회로 많아졌다”며 “아침, 낮, 밤 구분할 것 없이 계속 총성이 이어져 깜짝깜짝 놀라고 일상에 불편함이 커 모든 주민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군사시설 옆에 살면서 힘든 점을 참아왔지만 이번은 또 다르다. 시도때도없이 울리는 총성에 고충을 겪고 있는 우리 지역주민의 아픔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파주시 역시 관내 소음 피해를 알고 있다. 하지만 군이 진행하는 ‘군사훈련’에 지자체가 섣불리 나서 해결책을 꺼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무건리사격장 인근 주민들로부터 소음 피해 민원이 지속 제기돼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6일 일부 군단과 사단에 군사훈련 횟수 증감 등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다만 이 답변이 군사기밀에 해당해 구체적인 내용을 얻지 못한다면 그 이후 대처에 대해선 다시금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