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혁신의 새로운 대안, 일학습병행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지 2주 정도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능의 난이도 등에 대하여 이슈로 다루는 것을 심심찮게 보고 들을 수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는 수능 이후부터 그 다음해까지도 각종 복잡한 전형 하에서 수험생·교사·학부모 등이 대학입시를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 분주함은 수능 이후만으로도 한정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면 취업 준비를 위해 이보다 더한 분주함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입 제도와 일자리 관련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는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해결된다면 우리 청년들이 더 어깨를 펴고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35년 넘게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재직하면서 근로자 직업능력개발, 청년 해외취업, 한국형 직업교육훈련·자격검정제도의 개발도상국 전수, 외국인력 도입 등 다양한 HRD 관련 정책을 현장에서 뒷받침하면서 나름대로 교육·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많이 고민해 보았는데 그중에서 특히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제도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이다.

아직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제도일 수도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2학년부터 기업 현장 근무와 학교 수업을 주기적으로 병행하면서 실무 경험과 조기 입직을 돕는 제도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직면한 문제로 기업의 인력확보에 대한 어려움, 구직자의 높은 이직률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감안했을 때,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기업 차원에서는 구인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시에 학생들은 다른 또래들보다 빠르게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교육·산업 현장의 호응이 좋고 다수의 모범 사례가 발굴될 만큼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고숙련 일학습병행제’는 위에서 언급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연계된 제도이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교육훈련을 받은 과정과 다른 직무, 높은 수준의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것으로 주말 등의 시간을 활용하여 학생이 학비 부담 없이 전문학사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제도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선취업 후진학’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에서 산업 경쟁력이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 독일에서 일찍이 새로운 교육훈련 혁신모델로 자리 잡은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에 ‘고숙련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하는 공동훈련센터를 30개소로 확대하고, 예산도 120억 원으로 증액하는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교육·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대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와 같은 일학습병행제에 대하여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필자가 경기지역 교육·산업 현장에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청취한 바로는 이러한 제도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보다 많은 학생이 다양한 학과에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많이 있다. 그만큼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의 3주체의 열망이 뜨거운 것을 알기에 이러한 제도가 지속적, 안정적으로 추진되어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최병기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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