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말 많고 탈 많은 사무장병원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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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의미이다.

사무장 병원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데 법인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즉 법인이 아닌 개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다.

이로 인한 폐해가 실로 무섭다. 환자를 단순한 돈벌이로 여기는 탓에 시설 투자가 미비할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된다. 또 적발기관 수와 환수결정금액이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의 한 원인이 돼 국민들의 부담을 키우는 셈이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에 대통령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불법의 온상으로 뿌리 깊게 자리잡은 사무장병원의 경우 해당 사무장은 물론 병원장까지 연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부정하게 새어 나간 금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단순한 비리 적발이 아닌 본질적인 대책을 보고하라고 덧붙였다.

다음날인 21일 경찰청은 사무장병원을 생활적폐 중 하나로 지목하고 3개월에 걸친 집중 단속결과를 공개했다. 총 174건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 1천935명을 검거했다. 317개 병원들의 3천389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 편취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이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물이다. 이 중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는 한 요양병원 운영자가 수도권에서만 6곳의 요양병원을 운영했거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오기도 했다. 고용의사(바지원장) 명의 2곳의 사무장병원과 2개의 의료법인 명의 4곳의 사무장병원이다. 해당 운영자는 여기서 얻은 수익금 수십억 원을 개인생활비와 부동산 취득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곳의 요양병원을 유상매매했고, 또 다른 노인전문병원을 자신의 며느리에게 무상으로 양도해 처분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장기간 소요(평균 11개월)돼 수사기관 중에도 사해행위 등을 통해 재산을 숨기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척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 현 시스템보다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모든 사건을 망라하는 경찰의 특성상 이같은 집중단속기간이 아니면 사무장 병원 수사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다.

이의 일환으로 건강보험공단에도 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건보가 하고 있는 행정조사는 의료기관 운영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계좌와 카드에 한정돼 제대로 된 자금흐름을 추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요양기관 개설 이후 적발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년 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이를 악용한 사무장이 단기간만 운영해 돈을 번 뒤 개업과 폐업을 반복해 건보의 행정조사도 피하고 있다. 물론 폐업 이후에는 행정조사가 불가능한 점까지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같은 단속을 통해 건보가 밝힌 환수결정금액만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2조2천786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 시스템하에서 실제 징수가 되는 금액은 7.3%에 불과하다. 건보 특사경 도입 등 보다 신속한 수사 시스템을 갖춰 대통령의 말대로 부정하게 새어 나간 금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는 몇몇의 재산 축적에만 이용되는 현실은 말도 안된다. 결국 이 부분은 또다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단속을 강화할수록 적발기관도 늘고 있어 실제 규모를 측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관련규정을 강화해 진입을 억제하고, 단속 강화로 조기퇴출이 필요하다. 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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