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고 한다. 변화가 반가운 요즘이다. 경기도의회의 변화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느낀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도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행정을 돌아보면서 자산 매각 과정이나 회계 잘못 등 굵직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도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인 정황들을 꼼꼼하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의회답게 합리적인 대안도 내놓았다. 취임 때 초선의원들의 창의와 열정이 꺾이지 않도록 하면서 다선의원들의 경륜이 펼쳐지는 의회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어느 해보다 적극적이고 치열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며 작은 변화를 느낀다. 특히 피감기관의 업무 파악 부족과 불성실한 태도는 도민의 권위로서 ‘파행’을 감수하고라도 바로 잡았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은 의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도의회와 집행부가 협치와 공존의 변화도 만들어냈다. 지난 제9대 경기도의회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부동의가 됐던 ‘학교 실내체육관 건립’ 사업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한창 성장기의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못하게 된 것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핵보다 더 무섭다는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체육관이 없거나 시설이 낡은 학교의 학생들만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면, 학교 실내체육관은 재난재해 때 주민의 중요한 안전 대피시설이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지방자치에서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자산이자 거점 역할도 담당한다. 이렇게 필요한 체육관 시설이 각 시ㆍ군의 투자심사 미비 등의 이유로 사업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도 해결하면서 1천18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정했다. 경기도 136개교에 들어설 체육관에서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마음껏 뛸 상상을 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경기도민의 생활에서도 따뜻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내가 지역의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할 때의 일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럴 때면 걱정이 앞서서 가가호호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환기도 시켜 드리곤 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고독을 택한 어르신들을 뵈면서 고민이 깊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서먹할 것 같은 분위기는 기우였다. 어르신들이 아이들 입에 귤을 까서 넣어주면 아이들은 어느새 과자를 어르신들 입에 넣어 드린다. 사람은 ‘인(人)’ 글자 모양대로 서로 기대어 사는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 후로 프로그램을 정례화했다.
영국은 외로움을 국가 정책의 의제로 다루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외로움 담당 장관도 있다고 한다. 우리 경기도의회에서도 도민의 외로움을 덜어줄 고민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더불어 겨울나기, 아름다운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농협 주부대학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도 했고, 이번 주에는 수원, 용인, 연천, 동두천에서 연탄도 배달하고 이불도 나눈다. 의회 차원의 행사뿐만 아니라 도의원들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도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경기도민의 삶터에 스며들어서 외로움을 걷어내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를 간절히 바란다. 변화는 즐겁다. 함께할수록 변화는 더욱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변화가 행복이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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