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예비사위와 식사 후 돌아오는 길에… 60대 ‘안타까운 죽음’

고양 백석역 지하 매설 열 수송관 파열 26명 사상
딸과 헤어진 후 10분 만에 고온 물기둥 덮쳐
사고로 한쪽 다리 의족 해 신속 대피 못한 듯

5일 고양 백석역 인근 지하 난방배관 사고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 등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채태병기자
5일 고양 백석역 인근 지하 난방배관 사고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 등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채태병기자

고양 백석역 인근 지하에 매설된 열 수송관 파열사고로 인해 사망한 60대 남성이 결혼을 앞둔 딸ㆍ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친 후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41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에 매설된 난방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A씨(69)가 사망하고, 25명의 부상자(중상 2명ㆍ경상 23명)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사망한 A씨가 결혼을 4개월여 앞둔 둘째 딸과 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당일 백석역 인근에서 딸과 예비사위와 헤어진 지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은 오후 8시30분께 사고를 당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지하에 매설된 열 수송관이 폭발하면서 차량의 앞유리가 파손, 고온의 물기둥과 토사가 A씨를 덮쳤다. A씨는 이를 피해 뒷좌석으로 이동한 뒤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차량에서 나가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A씨의 차량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긴급복구반이 복구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20여 년간 구두 수선공으로 활동하면서 두 딸을 키워낸 A씨는 젊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다쳐 의족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편한 다리 탓에 A씨가 신속히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의 배관이 파열된 지점에서 피해자 차량이 발견됐고, 앞유리가 파손된 점 등으로 추정할 때 순간적으로 치솟은 고온의 물이 갑작스레 차량 내부로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100도에 달하는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고, 고립된 피해자가 뒷좌석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경위를 파악하고자 A씨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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