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관이 결국 사고쳤다… 고양 수송관 파열 원인으로 지목

정부, 재발방지… 1기 신도시 진단

▲ 5일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지역 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배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밤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 당했으며 2천 500여 가구에 난방이 중단됐다. 조태형기자

경기지역 노후관에 대한 위험 주의보가 발령된(본보 11월 19일자 1면) 가운데 지하에 감춰진 ‘시한폭탄’이 결국 터졌다.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양 열 수송관 파열 사고’의 원인으로 노후관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2의 고양 사고’를 막기 위해 1기 신도시 내 노후관에 대한 정밀 진단을 지시, 향후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2m 깊이의 지하 850㎜짜리 열 수송관이 터졌다. 이로 인해 수증기와 뜨거운 물기둥이 치솟아 1명이 숨지고 2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3개 아파트 단지 2천861 가구에 열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10시간가량 강추위에 떨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수송관이 꼽히고 있다. 경찰의 현장 감식 결과, 27년 된 노후관(1991년 설치)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면서 파열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후 열 수송관(20년 이상, 올해 6월 기준)은 전국에 1천372㎞나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열 수송관 4천328㎞의 32%다. 이 밖에도 15~20년 된 수송관도 644㎞(15%), 10~15년 718㎞(16%)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내 노후화된 지하 기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본보 역시 지반침하의 주원인인 노후하수관이 경기지역에 약 1만㎞가량 배치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내에는 총 2만 6천여㎞ 길이의 하수관이 있는데 이중 노후하수관(사용연수 20년 이상)은 9천900여㎞나 된다.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330여 건의 지반침하 중 발생 원인으로 하수관 손상(노후화)이 46.6%나 차지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20년 이상 된 노후 열 수송관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노후관이 주로 분당ㆍ일산ㆍ중동ㆍ평촌 등 1기 신도시 4곳에 집중됨에 따라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을 1주일 내 긴급 조치하고,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배관 686㎞에 대해서는 한 달간 정밀 진단을 벌일 방침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매서운 한파에 지역난방 열 공급을 받지 못한 고객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 및 후속 조치방안 수립, 시설 안전관리 강화 등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이날 열린 ‘백석역 인근 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누수 사고 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1기 신도시의 공공인프라에 대한 안전진단과 취약점을 면밀하고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승구ㆍ채태병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