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발방지… 1기 신도시 진단
경기지역 노후관에 대한 위험 주의보가 발령된(본보 11월 19일자 1면) 가운데 지하에 감춰진 ‘시한폭탄’이 결국 터졌다.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양 열 수송관 파열 사고’의 원인으로 노후관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2의 고양 사고’를 막기 위해 1기 신도시 내 노후관에 대한 정밀 진단을 지시, 향후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2m 깊이의 지하 850㎜짜리 열 수송관이 터졌다. 이로 인해 수증기와 뜨거운 물기둥이 치솟아 1명이 숨지고 2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3개 아파트 단지 2천861 가구에 열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10시간가량 강추위에 떨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수송관이 꼽히고 있다. 경찰의 현장 감식 결과, 27년 된 노후관(1991년 설치)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면서 파열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후 열 수송관(20년 이상, 올해 6월 기준)은 전국에 1천372㎞나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열 수송관 4천328㎞의 32%다. 이 밖에도 15~20년 된 수송관도 644㎞(15%), 10~15년 718㎞(16%)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내 노후화된 지하 기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본보 역시 지반침하의 주원인인 노후하수관이 경기지역에 약 1만㎞가량 배치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내에는 총 2만 6천여㎞ 길이의 하수관이 있는데 이중 노후하수관(사용연수 20년 이상)은 9천900여㎞나 된다.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330여 건의 지반침하 중 발생 원인으로 하수관 손상(노후화)이 46.6%나 차지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20년 이상 된 노후 열 수송관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노후관이 주로 분당ㆍ일산ㆍ중동ㆍ평촌 등 1기 신도시 4곳에 집중됨에 따라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을 1주일 내 긴급 조치하고,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배관 686㎞에 대해서는 한 달간 정밀 진단을 벌일 방침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매서운 한파에 지역난방 열 공급을 받지 못한 고객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 및 후속 조치방안 수립, 시설 안전관리 강화 등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이날 열린 ‘백석역 인근 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누수 사고 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1기 신도시의 공공인프라에 대한 안전진단과 취약점을 면밀하고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승구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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