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소상공인·전통시장 활성, 자정과 변화로부터 시작

내년부터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no brand)’상품을 철수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이마트 PB(Private Brand)로 익숙한 노브랜드는 사실 ‘제네릭 브랜드(generic brand)’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상품의 명칭과 법률 기재 사항만을 표시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포장도 간단하고 광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고, 또한 품질은 유통업자가 보증한다. 노브랜드는 현재 이마트,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마트 24에서의 노브랜드 철수는 이러한 신세계 산하 유통 계열사들이 같은 브랜드의 상품을 중복으로 판매하면서 마찰이 생긴 까닭이다. 말하자면 신세계 유통계열사들 간 근접출점으로 벌어진 자리싸움인 셈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최근 편의점 출점 제한이 부활했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편의점 제한거리 자율규약을 승인한 것이다. 편의점 브랜드 간 50~100m 이내 신규 출점이 불가능해 지고, 24시간 강제 운영도 완화된다고 한다. 이번 자율규약은 CU(씨유)ㆍGS25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ㆍ씨스페이스 등 5개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가 동참해 국내 편의점 96%(3만 8천곳)에 효력이 발생한다. 제대로 이행되면 편의점 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렇듯 최근 정부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체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자영업체의 경영악화의 원인을 대기업의 소매업 진출이라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말 한국노동연구원의 자영업체 경영상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인건비, 임차료 증가 등이 자주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인건비 이외 판매관리비와 매출원가 비중 증가가 영업이익 감소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매출원가 비중의 증가는 매출액이 정체되면서 발생했는데,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대기업의 관련 업종 진출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러한 정부의 대기업 진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대형마트와 SSM에 매월 2회 법정강제휴무와 야간영업 시간제한을 적용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보호, 지역경제 상생발전을 위해 당시 유통시장발전법 개정에 따라 시행된 이 제도는 적용 직후에 많은 중소 소매업 및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고객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공동으로 대형마트와 SSM 주변 중소 소매업체 및 전통시장 점포 450개를 대상으로 의무휴업일에 따른 효과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ㆍSSM 의무휴업이 실시된 지난 4월22일의 평균매출이 전 주 대비 13.9%, 평균고객은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년여가 지난 현재 기존의 연구결과와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골자는 규제의 승자가 ‘전통시장 영세상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언제부턴가 소비자들은 ‘마트 문 닫는 날’을 따져보기 시작했고, 이 날이 다가오기 전후에 마트를 방문해 쇼핑을 즐기기 시작했으며, 혹은 마트 문 닫는 날 대안쇼핑 장소로 대형마트 주변 영세상가나 전통시장이 아니라 마트 주변의 중대형 슈퍼마켓을 찾았다. 주말에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최근에 두드러지는 추세다. 애당초 규제의 목적이었던 소상공인 부흥이 아니라 또 다른 대기업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쇼핑을 마치 하나의 주말 여가생활로 인식하고, 마트를 문화공간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국민 특성상 대형마트 쉬는 날에는 가족단위 외출을 자제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정부의 다양한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마련에도 국민들은 왜 전통시장을 꺼리는 것일까? 주차가 불편하다, 날씨에 취약하다, 위생이 열악하다 등 몇 가지 일관된 결과들로 수렴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이유는 대형마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라는 점이다. 정부는 수년 가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위해 다양한 대기업 규제정책을 마련했지만, 그 기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은 거의 변한 것이 없었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정부의 이번 편의점 출점 제한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 내부의 자정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 또한 대형 유통업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편의점 출점 제한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생계형 점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편의점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새로 진입하려는 자영업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노브랜드 철수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또 다른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면 그만일 것이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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