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광주비엔날레의 대상 공동수상작 중 하나는 중국 쑹둥의 <버릴 것 없는>이었다. 어머니가 버리지 않고 쌓아둔 물건을 소재로 한 설치미술이다. 국민당을 지지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라던 쑹둥의 어머니는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몰락한 집안에서 힘겹게 삶을 지탱했고, 대약진운동·문화혁명을 거치면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가난을 견디면서 시작된 수집벽은 남편의 사망을 계기로 강박증으로 악화해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첩첩이 쌓아두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어머니에게 작가는 당신의 모든 물건들을 미술관에 값지게 보관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물건들을 종류별로 정리해서 늘어놓은 설치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작품에는 수십 년 간의 파란만장한 중국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거기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근현대사를 만났다. 그래서 “가장 개인적인 전시이자 가장 보편적인 전시”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순회 전시를 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중국 예술의 힘은 중국의 역사와 전통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베이징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된 ‘798예술구’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신중국이 건설되면서 군수물자를 만들던 냉전의 상징과 같은 공간이었다. 798이라는 이름도 군수를 생산하던 공장의 비밀스런 번호이다. 이 공간을 철거하는 대신 예술가의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키니, 오히려 냉전의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매우 독특한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상하이의 ‘모간산루 50호’도 유사한 사례이다. 상하이 외곽의 허름한 강촌 마을이었던 이곳은 상하이가 중요 무역항이 되면서 방직공장단지가 되어 발전한 곳이다. 이후 단순제조업이 쇠퇴하면서 퇴락한 마을이 되어갔다. 상하이 시가 완전히 폐쇄하려고 했던 지역을 살린 건 역시 예술이었다. 이 공간을 창작과 전시 공간으로 변모시키자 상하이가 자랑하는 예술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방직공장의 외형은 중국이 겪은 근대화의 과정을 증언하면서, 거기서 활약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어우러져 시대를 아우르는 창조성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은 자체의 역사와 전통을 현대 예술의 보고로 인정해온 지 오래다. 작년 중국 경매시장에서 1억 위안 이상의 가격으로 팔린 미술 작품 중 대부분이 국화(國畵), 즉 전통 방식의 작품들이었다. 피카소의 그림 가격을 능가하고 있는 치바이스, 경매 총액에서 서양 화가들을 앞서는 장다첸 등이 모두 국화 작가들이다. 두 작가의 특징은 중국의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 화풍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장다첸의 경우 청대의 작품부터 북송시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남종화와 북종화를 가리지 않고 모사하며 수련했다. 특히 개발이 거의 안 되어 사람 살 만한 곳이 못 되었던 돈황에서 2년에 걸쳐 벽화를 모사해낸 일은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수없이 많은 중국 화파(畵派)가 지닌 특성과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서양에서의 생활이 더해지면서 세계 예술 속에서 중국 전통화를 재정립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기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예술 풍토야말로 중국 문화의 힘 중 하나이다. 우리가 문화산업에서 중국을 앞선다고 하고 한류를 자랑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 중국만큼 자기 역사를 긍정하고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지 자신하기 어렵다. 앞으로 중국은 세계적 문화 강국이 될 것이다. 그 힘은 단순히 시장의 규모나 정부 정책 덕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역사와 전통에서 길어올리는 저력 때문일 것이다.
최민성 한신대 한중문화콘텐츠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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