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교통이 먼저다

유정훈
유정훈

정부가 지난 9월 집값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이 그동안의 논란을 뒤로하고 드디어 발표됐다. 정부는 이번 3기 신도시의 최우선 목표를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와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로 설정했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일자리가 모인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여전히 출퇴근 고통에 시달리는 김포, 파주 등 2기 신도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교통 종사자로서 이번 발표를 대하는 감회가 새로운 것은 현대적 의미의 도시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교통 대책이 새로운 도시 계획에서 첫머리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단순히 ‘대규모 택지 공급’ 관점에서 바라봤던 과거 정책입안자들은 토지이용과 교통의 정합성, 직주 근접, 주변 도시와의 광역 연계성 등 교통 계획을 반드시 도시 구상 단계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진리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2000년대 후반 대규모로 조성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의 97%에서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것과 이에 따른 신도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교통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러자 정책당국은 지금까지의 대규모 도시 개발에서 보여 왔던 ‘선 주택 공급, 후 교통기반시설’ 방식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요구받았고, 이에 따라 이번 정부 발표문에서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새롭게 천명하게 됐다. 이미 한창 진행된 수도권의 비정상적 도시확장 현실을 보면 만시지탄의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의 본질을 직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희망적이다.

3기 신도시 조성계획과 함께 발표된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방안들은 다음과 같은 2가지 측면에서 향후 실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철도 중심의 광역교통체계 구현이다. 정부에서 약속한 GTX,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등 광역철도 노선들의 조속한 추진은 도로 중심의 기존 광역교통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을 둘러싼 그린벨트로 인해 원거리에 위치하게 된 1기ㆍ2기 신도시들은 고속급행철도를 중심으로 광역교통체계를 구축했어야 함에도, 손쉬운 광역도로 건설에 치중하다 보니 승용차 통행거리 증가에 따른 교통정체, 오염물질 배출, 에너지 과소비 등 심각한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ies)들을 야기했다. 따라서 3기 신도시 추진에 발맞춰 광역급행철도 사업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으로 신속히 건설해야만 한다. 둘째, 수도권 대중교통체계에서 버스의 기능과 역할을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수도권 전역에서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도록 수도권 곳곳에 환승 센터를 구축하고 이와 연계한 M버스와 BRT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광역버스체계 강화를 통해 광역철도망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 급행 철도 못지않은 정시성, 쾌적성, 대량수송능력을 모두 갖춘 고속급행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와 함께 버스와 철도의 장점을 각기 살리는 방향으로 수도권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

이번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 방안은 과거 ‘선 개발, 도로 중심’의 왜곡된 도시 개발 방식과 단절하고 ‘선 교통, 대중교통 중심’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을 선언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러한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역사적 전환을 위해서 수도권 주민, 지자체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가 정부의 이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적극적인 협력과 함께 꾸준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교통이 먼저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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