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새로운 시대를 꿈꿀 때

누구든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음악 교과서에 등장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노래를 부르던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는 한겨레의 염원을 담아 1947년에 서울서 발표됐다. 일제 강점기에 문예 분야에서 활동했던 안석주가 작사하고, 그의 아들인 안병원이 작곡했다. 발표 당시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 / 꿈에도 소원은 독립’이라는 가사로 만들어졌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남북의 분단이 현실화되면서, 교과서에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을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가사를 바꿨다고 전지고 있다. 또 ‘이 목숨 바쳐서 통일 / 통일이여 오라’였으나, 이후 ‘이 정성 다해서 통일 / 통일을 이루자’라고 개사됐다. 이 노래로 인하여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에게는 망향의 한을 달래주었고, 통일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면서 국민 애창곡으로 널리 불러지게 됐다.

지난 2000년 남북 분단이래 첫 남북정상 회담 당시, DJ와 김정일이 6·15 남북 공동선언에 서명한 후, 수행원들과 손을 잡고 함께 거부감 없이 불러 정치적 상징성까지 컸다. 또 남북 간 음악 교류에서는 공연의 끝 무렵, 연주하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백년 넘도록 남북 정권은 통일을 원하면서도 막상 통일문제를 두고서는 방법상 큰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았다. 따라서 반목과 대립만 키워냈다. 아울러 우리 내부서는 진정한 통일정책보다 안보를 빙자하여 장기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른바 북진통일에서 반공 멸공 승공 흡수통일론까지 줄기차게 반복돼도 대다수 국민은 싫든 좋든 줄곧 호응해 줬다. 그렇지만 평화적 정권교체 뒤, 남북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통일방안은 힘의 논리가 아닌 평화통일이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이라는 명제에 공감대가 형성돼 뜨거운 기운이 감돌고, 한편 예술계 학술계 등 남북교류 준비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계는 외교안보 통일정책 분야에는 여야가 의견 충돌로 정쟁을 유발해 국민의 오만상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껏 문대통령께서는 ASEM, G20 등 국제회의에 참석해 외교안보적 성과를 거두어 대다수 국민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한 나라의 “외교는 바로 국력이다”라는 말이 실감 나게 한다.

특히 유럽 순방길에서 찾아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문대통령에게 “두려움 없이,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라고 의미 있는 훈수를 해주셨다. 실로 고마운 원군이다. 더불어 우리 국민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애쓰신 노고에 감동하고 적극적인 지지로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일부 극우세력과 사이비 종교단체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 얻는 망국적 행위에 세간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매파를 중심으로 ‘군사적 해법’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돌 때, 온 국민은 가슴을 죄며 전쟁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꽁꽁 얼었던 한반도에 훈훈한 기운이 번지면서 적대감이 봄눈 녹듯 하고 평화적 통일인식이 높아가고 있어, 생판 다른 상황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 않는가. 이럴 때일수록 한뜻 한 마음으로 뭉쳐서 한겨레 염원인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겨,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부강한 선진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박정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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