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눈먼 바보들이 많다. 시장 권력, 언론 권력이 몰려 있는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핵이면서 눈먼 자들의 천국이다. 그들은 전 지구적으로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지구적 변곡점에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가야 하는 서민들의 삶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만의 권력 게임, 욕망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마치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쌤통의 심리학’이 작동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며 우습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여의도에서 불편한 진실에 직면할 용기를 가진 자를 찾기가 점점 어렵다. 그들은 권력 게임에 유리한 갈등을 동원하고 사유화한다. 이념도 철학도 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때론 거짓을 믿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에 대응하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희망을 꿈꾸고 있는지 솔직히 말하는 정치인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자신을 잡아먹고 있고, 공멸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것을 정작 잡아먹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정부는 미래변화를 선도하여 일자리 창출과 소득격차 해소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 야당은 흘러간 유행가인 낙수 효과만을 주장하며 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저주에 가까운 악담만을 늘어놓는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친(親) 노동 경제 정책 탓에 기업들의 고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말만을 되풀이한다. 일부 거대 언론은 이분법적 사고와 편협한 시각, 사실 관계 왜곡으로 자사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는 데 여념이 없다. 전 지구적으로 기술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9년도에는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가 진행되면서 ‘초연결 지능화’ 사회에 돌입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해 자동차와 조선·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혁명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며, 그 결과는 ‘초연결 지능화’의 실현이며 제조업 일자리의 증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술혁명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은 점차 둔화할 전망이다.
국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 시장도 혹독한 겨울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치킨가게와 커피숍 창업이 늘어나 공급과잉 심화에 따른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충분한 노후대책이 없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혁신과 동시에 사회혁신을 이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혁신의 적은 관성이다. 혁신의 적폐세력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이다. 쉽지 않겠지만 과거의 관성,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뒤집고 뒤틀어 보는 ‘유니크(Unique)’ 함이 필요하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가려는 사회적 연대,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또한 절실한 시기다.
올해가 지나면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생사여탈에 놓여 있는 정치권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한 싸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호도하고 남을 깎아내려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려 하거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지 못하면 여의도 입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윤은 사유화하려는 비윤리적 시장권력은 시장의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사실은 외면하고 거짓된 정보로 사실을 왜곡하려는 집단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퇴출당할 것이다. 그들만의 권력 게임, 욕망의 전쟁을 위한 어쭙잖은 시도들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경고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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