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는 심리학의 역사에서 유명한 실험을 진행한다. 일명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이다. 이 실험은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교도관 역할을, 다른 그룹에게는 죄수 역할을 맡겨 감옥에서 지내게 한 실험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된 실험이 시간이 흐르면서,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바뀌었고 비인권적인 행위와 권위적이고 잔혹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죄수 역할의 피험자들도 진짜 죄수들처럼 눈치를 보고 탈옥을 생각하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결국 폭동이 발생하면서 가짜 감옥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됐다. 이 실험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짐바르도 교수는 “개인의 자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인간이 저지른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끔찍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들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썩은 사과가 썩은 상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위기청소년들에 대한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가 없다. 환경적인 요인에서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처럼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점검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한 개인과 몇 명의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접근이 더 필요한 것이다. 체육계의 폐쇄성과 합숙이란 이름으로 통제하고 권위적이고 위협적인 문화가 이런 사태를 만들어 온 것이다.
2018년 경기도 위기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이혼가정의 미성년자녀들의 수가 2만6천924명(2017년), 요보호 대상이 540명(2016년), 저소득 및 한부모 가정 가구 수가 4만4천157가구, 가구원수가 10만8천855명(2016년), 아동학대로 인정된 피해 아동이 5천48명이고, 학업중단 학생이 1만4천350명(2017년), 소년범인 청소년이 1만9천317명(2016년), 자살시도 학생이 1천253명(2018년)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 위기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가족적 위기사항, 교육적 위기사항, 개인적 위기사항, 사회적 위기사항으로 나누어서 통계를 관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위기학생을 ‘가정, 정신건강, 학교부적응 등의 문제로 학업중단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 정의했다. 위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살을 결심했던 중학생을 만났다. 그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서 걸어가고 있을 때 우연히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 학생에게 세 마디의 말을 하고 살렸다. 그 지나가던 분이 한 말은 “얘, 이쁘게 생겼네, 그런데 힘들어 보여, 그래도 힘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학생은 살아야 할 용기를 얻고 학교에 있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중학생은 상담과 학부모의 격려 등을 통해 잘 지내고 있다. 위기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요인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환경적인 변화의 출발은 작은 관심이다.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공감과 격려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학교와 사회가 이런 위기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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