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한 계좌명의자의 책임

A는 자신 명의 예금계좌의 인출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B에게 양도했고, C는 보이스피싱 사기단 B에 속아 위 계좌로 돈을 송금했는데, A는 위 계좌에 대한 다른 접근매체를 이용해 C가 송금한 돈을 임의로 인출했다가 검거됐다.

검사는 A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예금계좌를 양도한 점을 이유로 사기방조죄로, 위 계좌의 돈을 인출한 점에 대해서 B 또는 C의 재물을 횡령한 것으로 보아 횡령죄로 기소했다.

하급심에서는 A가 위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사기방조죄에 대해 무죄를, B 또는 C와 사이에 있어서는 사기피해금에 대한 보관,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횡령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이 사기방조죄에 대해 무죄로 선고하더라도, 횡령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C가 A명의 계좌에 자금을 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C와 A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A와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해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A는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A와 송금의뢰인 C 사이에 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체에 의해 A가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A는 C로부터 이체받아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을 송금자인 C에게 반환해야 한다. 그러므로 결국 A는 위 돈에 대해 C를 위해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 따라서 A가 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자신이 쓰려고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A가 개설한 예금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ㆍ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C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

다만, A의 인출행위는 보이스피싱 범인 B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A가 B에게 인출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양도했더라도 은행에 대해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B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 없고, B는 단지 A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만약 이때 A가 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될 경우에는 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이처럼 B가 사기 친 돈이니 내가 빼어 써도 괜찮겠지 생각하다가는 처벌받는다. 빨리 피해자 C에게 반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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