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마을이 세상이다

“마을이 세상이다!” 마을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며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듣는 구호이다. 최근 여러 부서와 기관의 정책을 살펴보면 마을중심의 정책이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한다. 탁상이 아닌 현장 중심,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 행정주도가 아닌 주민참여와 협치, 경쟁과 갈등을 넘어 협력과 포용사회로 나가는 길에는 마을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2018년 국민이 선택한 기재부 정책 MVP’으로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리모델링’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2019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이 사업을 강조하고 도서관, 생활체육시설, 생활안전인프라 등 생활 SOC 예산을 지난해 5조8천억 원에서 올해 8조7천억 원으로 늘렸다.

보건복지부도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 강화, 돌봄 수요자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업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널리 확산됐다. 높다고만 여겨졌던 학교 담장이 마을 안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민선 5기가 시작하면서 마을만들기, 주민참여 정책들이 활성화됐다. 되돌아보면 민선 4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후보자는 개발과 성장 중심으로 정책 공약을 제안했다. 유권자 표심을 따라가야 하는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도심 재개발과 뉴타운 공약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민선 5기부터 지자체마다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ㆍ군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 추진된다. 민선 6기를 거쳐 민선 7기로 넘어오면서 마을 중심의 정책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마을 중심 정책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지난해 가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있는 지방분권 가속화, 주민참여 활성화, 주민자치회 전면 실시 등의 내용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주민자치회를 특히 주목한다. ‘지방분권법’에 따라 전국 95개 읍ㆍ면ㆍ동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주민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주민 스스로가 다양한 자치의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이 마련한 공간에 초대된 주민은 자치능력을 키울 수 없다. 마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을 넘겨줬을 때 주민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주민자치회가 이전에 진행된 동원형 주민참여 정책과 명확한 차별성을 보여줘야 성공한다.

둘째는 융합형 기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개별 부서나 기관들이 추진하는 사업은 마을로 가면 만나서 섞인다. 한두 개 부서의 사업이 추진됐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여러 부서의 사업들이 동시에 추진되는 지금은 마을 차원에서 이들 사업을 조정하고 관련자의 협업을 촉진해야 한다. 협치의 관점에서 주민자치회 정책을 풀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수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전체 주민 중에서 몇 명이 참여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주민의 참여가 더 중요하다. 평일 낮 시간에 일정 회비를 내는 주민으로 참여가 한정됐던 익숙해진 주민만의 자치는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 마을 일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던 직장인이나 청소년과 청년의 참여를 확보해야 한다. 소수지만 소외되는 집단이 없도록 소통해야 한다. 다수 주민의 참여가 주민자치회를 이름에 걸맞게 대표성을 갖게 할 것이다. 마을이 세상이고 주민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주인이다.

유문종 道따복공동체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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