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시간은

아이의 마음으로 본 세상 이야기

시간은

           - 김옥애

시간은 놀다 가는 게 아닌가 봐

내 키도 키워 놓고

내 발도 크게 만들어주고

친구 미워한 마음도 잊게 해 주고

창 밖 나뭇잎도 물들여 주고

시간은 놀다만 가는 게 아닌가 봐.

어린아이의 눈만큼 순수한 게 또 어디 있을까. 갓 길어 올린 우물물처럼 맑디맑은 저 눈빛! 어떤 시인은 그래서 어린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두렵다고 했다. 자신의 흐려진 눈(마음)을 들킬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어린아이의 생각 또한 그지없이 맑고 순수하다. 여기에 엉뚱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엉뚱한 생각이 시가 되고 동화가 된다. 이 동시는 아이의 마음으로 본 세상 이야기다. ‘시간은 놀다 가는 게 아닌가 봐/내 키도 키워 놓고/내 발도 크게 만들어 주고’. 얼마나 귀엽고 엉뚱한가. 하루하루 커가는 자신의 성장이 시간 덕분이라 했다. 시간이 자신을 키워준다고 봤다. 참 기발한 발상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시간은 친구를 미워한 마음도 잊게 해준다고 했다. 또 있다. 시간은 창밖의 나뭇잎들도 곱게 물들여 준다고 했다. 아이들의 생각은 이렇게 새롭고 놀랍다. 며칠 있으면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이다. 떡국 한 그릇과 함께 우린 누구나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시간은 이 땅 모든 아이들의 키를 더욱 키우고, 발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클 것이 없는 어른들은 뭘 어떻게 해야 잘한다지? 있다! 서로 등 돌리고, 험담하고, 미워한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는 일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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