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등 한반도와 관련한 이슈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국끼리 논의하는 현상으로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고 한다. 코리아 패싱은 20여 년 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가자 일본 언론들이 이를 ‘재팬 패싱’이라고 이야기한 데서 유래했다. 이 코리아 패싱은 영문법상 틀린 단어지만 국내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소외당할 때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드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 관련 질문을 받고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no skipping korea)”이라며 ‘코리아 패싱’ 대신 ‘코리아 스키핑’이라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패싱’이든 ‘스키핑’이든 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위상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패싱, 스키핑 논란이 인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비수도권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인천 송도와 남양주를 잇는 GTX-B노선 건설 사업에 대한 지역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초부터 박남춘 인천시장은 국회와 청와대를 찾아 GTX-B노선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건의했다. 그러나 결국 GTX-B노선 건설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서 제외됐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TV)에 청라로 가는 서울지하철 2호선을 연결하겠다는 인천시의 구상도 무산됐다. 신도시는 서울과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계양신도시 경유를 분석한 결과 노선을 뺄 수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3기 신도시 4곳 중 철도가 연결되지 않은 곳은 인천 계양이 유일하다.
박 시장은 지난달 19일 계양신도시 발표 현장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이 계양TV를 경유하고 청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수표가 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9월에도 박 시장은 규제프리존 특별법 국회 통과에 앞서 각 당의 원내대표를 만나 규제프리존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지만 역시 헛수고에 그쳤다.
인천 스키핑, 홀대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주요 현안에 대한 건의(建議)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조(自嘲) 섞인 우려와 불만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인천은 수도권 전체를 위해 쓰레기 매립지, 화력발전소와 같은 기피·혐오시설이 있다. 그럼에도 정작 규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과 같은 수준이다. 더욱이 국가사업 대상 선정에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방에 밀려 번번이 제외되거나 탈락하기 일쑤다. 이중적 규제니 역차별이니 하는 하소연과 푸념이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획일적으로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갈라놓고 도시 간 불균형을 없앨 것이 아니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역시 동반 성장을 꾀하면서 동시에 국가 차원의 균형 발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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