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연구자들 본보 통해 요청
경기지역 유일… 도난 등 우려
추사 김정희 선생(1786~1856)이 쓴 비문이 경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파주에서 확인(본보 1월22일 1면)된 가운데 추사 연구자들이 추사 박물관에 이를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중은 물론 파주시에서 조차 묘역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높은 가치의 추사 진품 비문이 도난이나 멸실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사 연구가인 최종수 전 과천문화원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추사 비문은 호남ㆍ충청에 치우쳐 10개 정도 알려졌으나 경기지역에서는 파주가 유일하다”며 “관리부실로 멸실 우려 등이 있으니 2013년 개관된 과천 추사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해 달라”고 최근 본보를 통해 요청했다.
이에 임천조씨 종중 한 관계자는 “추사 비문은 높은 가치에 비해 자손이 적어 종중에서 사실상 관리가 어려워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종중 일부에서는 파주에 관련 박물관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추사박물관에 유물 기증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등이 추사 진품으로 확인한 조기복묘는 현재 관리가 안 돼 있지만 추사 비문이 새겨진 비석(높이 120㎝, 두께 10㎝, 폭 50㎝)만은 170년이 지났어도 27자 중 한 글자도 멸실되지 않았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추사 비문이 새겨진 검은색 비석(오석)은 검은 색과 회백색의 새김질이 잘 대비돼 있고 각자(刻字)는 전체적으로 V형이지만 시작과 끝은 U형 새김으로 원근감과 평면적인 느낌을 잘 살려 추사 특유의 예서 기법이 잘 표현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사가 조기복묘에 비문을 쓴 것은 추사 제자인 조면호가 그의 숙부인 조기복이 1839년 67세로 사망하자 추사에게 비문을 청해 이뤄졌다. 조면호의 문집 옥수선생집(玉垂先生集 권32)에는 “가장(家狀)이 상을 당하자 추사에게 표면의 글을 청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글을 받은 시기는 1839~1840년 쯤으로 추정된다.
파주=김요섭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