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탁선거법, 현실성 있게 빨리 개정해야

2019년 새해 달력을 받아들고 제일 먼저 빨간 날을 세어 봤다. 다음으로는 국내외 주요 일정을 꼽아 보았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굵직한 행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연달아 실시했던 총선, 대선, 지선에 이어 전국적인 선거도 오는 3월13일에 치르는 동시조합장선거가 유일하다.

동시조합장선거는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전국 1천343개 농협·수협·산림조합에서 267만여 명의 조합원이 투표한다. 전국에서 선거인수는 대구경북능금농협이 1만3천 명으로 가장 많고, 조합원이 20명인 작은 조합도 있다. 조합당 선거인수 평균은 2천여 명이다. 경기도에서는 조합원이 6천600명에 이르는 수원농협이 가장 큰 규모다.

대의원에 의한 투표 등 간접선거로 뽑기로 하는 등의 28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조합은 선거운동 방법이 모두 같다. 조합의 선거인수가 몇 명이든, 조합이 관할하는 지역이 전국인지 읍·면·동 몇 개에 불과한지는 상관이 없다. 선거벽보와 선거공보를 제외하면 선거운동기간 13일 동안 후보자 혼자서만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을 주거나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정도다. 그래서 ‘현직 프리미엄’과 비교할 때 신인 후보자가 마주하는 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저도 법은 지키고 싶은데, 무슨 도지사선거도 아니고 그 기간에 이 넓은 데서 조합원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관할 지역이 서울시 전체 면적의 30배도 넘는 조합의 선거에 출마하려는 한 후보자의 말이다. 전화 한 통화를 하려고 해도 조합원의 연락처를 다 알 수도 없으니 그마저도 어렵단다.

조합장선거에서도 공직선거처럼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를 확대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먼저, 정책 토론회를 실시하도록 하자. 조합원이 후보자를 초청해 정책과 공약을 듣고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한다. 후보자를 제대로 알아야 유권자도 제대로 찍을 수 있다.

둘째, 예비후보자 제도를 허용하자. 신인 후보자에게는 자신과 정책을 알릴 기회가 절실하다. 어렵다면 말로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라도 상시 허용하자. 돈이 거의 들지 않고 부작용도 크지 않다.

셋째, 직계존비속에게조차도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성이 적다. 적어도 후보자의 배우자에게는 선거운동을 허용하자.

결국 법을 고쳐야 한다.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마치고 중앙선관위는 위탁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번 선거의 당사자인 전국의 농·축협 조합장들이 위탁선거법 개정을 공식적으로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조합장선거부터 선거범죄 신고포상금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높였다. 신고자는 보호하고 자수자에게는 관용을 베풀되 포상금을 올려서라도 돈 선거와 같은 고질적인 병폐는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위탁선거법도 현실성 있게 개정해야 한다. 선거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법을 지키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 선거가 이제 3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본격적인 논의와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

김세연 고양시덕양구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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