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물든다

아직 남은 어둠이

입안에 자란 이끼 같은 말을 물고

하늘꽃 붉디붉은 노을

제 모습으로 눈이 부시다

물든다는 것은

하루가 저무는 어느 한순간

멈춘 듯 시간은 흐르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뜨거운 목숨이다

살아가는 내내 흐름 속에

삶은 의미가 되고

물든다는 것은

꽃집 앞을 지나며

물속 가득 담겨 있는 장미

뿌리가 된 줄기를 기억하는 것

우리 꽃으로 저문 날

내가 네가 되어서

또 누군가 노을을 바라보며

한 문장으로 밑줄을 긋는다

 

유회숙

충북 충주 출생.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흔들리는 오후> <꽃의 지문을 쓴다> <나비1 나비3> 외. 서간문집 <편지선생님>.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편지가족고문. 손편지 강사, 인지개발교육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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